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6월 월례 독회를 열고 김종광 소설집 ‘안녕의 발견’과 성혜령 소설집 ‘버섯농장’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김종광의 ‘안녕의 발견’은 ‘충청남도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라는 농촌 마을이 배경이다.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장소지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곳이다. 작가는 “우리 시대의 시골을 실록처럼 기록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썼다”고 한다. 충청도 사투리로 욕하고, 드잡이하는 사람들을 생동감 있게 그리며 김종광은 제 나름의 장르를 구축한다. 소설 ‘농사는 처음이지?’에서 농사 아르바이트를 마친 대학생이 “도시 토박이인 저한테는 다 전위적이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오히려 신선하다.

구효서 위원은 “어떤 작가는 파리라는 도시를, 어떤 작가는 강남이라는 지역을 즐겨 다루듯이 김종광에겐 그것이 농촌인 것”이라고 했다. 김동식 위원은 “고향에 눌러앉아 생업을 유지하며 마을의 신비한 전설과 너절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농부에 가깝다”며 “김종광은 이야기를 경작하는 농부”라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성혜령의 ‘버섯농장’은 으슬으슬하다. 소설에는 불운한 청춘이 주로 등장한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 계약직으로 무한히 굴려진다. 그런 와중 낯선 이들이 침입한다. 가뜩이나 힘겨운 삶을 더욱 위태롭게 한다. 정명교 위원은 “사건이 툭 튀어나와 나무토막들처럼 굴러다닌다”면서 “겉으로 봐선 자질구레하지만, 당사자에게 절박한 사태를 해결할 방책이 없다. 삶이 하염없이 파국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 같다”고 평했다.

도무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승우 위원은 “작가의 서늘한 문장은 평범한 움직임조차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며 “마치 캄캄한 밤길의 아주 작은 바스락 소리와도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비트랩 같은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묻게 된다. 김인숙 위원은 “그늘지고 음습한 곳에서 툭 하고 솟아올라 사라지지 않는 불길한 버섯 같다”며 “소설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이 버섯 혹은 균의 근원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