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오감도’(2022). 까마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울산의 산업도시 풍경과 주민들, 자연이 펼쳐진다. 14분 16초 실감 영상. /에이치존

백남준부터 이용백, 정연두, 강이연, 권하윤, 김희천까지 한국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대표작이 파리로 간다. 2024 파리 올림픽을 맞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이메르시프에서 26일부터 8월 25일까지 한국의 미디어 아트를 소개하는 특별전 ‘디코딩 코리아’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개최하는 전시는 한국 미술을 통해 나타난 한국의 특성을 미디어아트로 해독했다. 전쟁, 경제성장, 산업화, 민주화, 테크놀로지 등 한국의 지난 100년을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탐구하는 작품을 선별했다. 2011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용백의 ‘엔젤 솔저’,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권하윤의 가상현실(VR) 작품 ‘489년’, 지구상 모든 요소의 생태적 상호 연결을 강조하는 강이연의 프로젝션 매핑 ‘유한(Finite)’ 등 작가 11명의 작품 18점을 소개한다.

이용백, '엔젤 솔저'. 2011, 16K 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3분. /에이치존

전시를 기획한 이대형 예술감독은 “기억, 권력, 경계, 기술, 환경 등 주요 키워드로 한국 사회에 숨겨진 복잡한 의미와 구조를 해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용백의 ‘엔젤 솔저’는 꽃으로 뒤덮인 숲속에서 꽃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서서히 이동하는 장면을 찍었다. 얼핏 보면 꽃무덤 같지만 자세히 보면 꽃으로 위장한 군인들이 서서히 움직인다. ‘꽃’과 ‘군인’,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를 결합하고 ‘전사(솔저)’를 ‘천사(엔젤)’로 둔갑시켜 선과 악, 평화와 전쟁의 경계를 해체한다. 정연두의 ‘오감도’는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까마귀의 시선으로 공업도시 울산을 바라본다.

권하윤, '489년'. 2016, 3D 애니메이션. /에이치존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도 비중 있게 소개한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추상과 구상을 혼합해 지구촌 문화 융합을 실험한 1973년작 ‘글로벌 그루브’,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 10여 국이 참여한 국제 위성 방송 프로젝트 ‘세계와 손잡고’를 선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철학적 고민을 전달해, 올림픽 기간 파리를 찾는 세계인들이 한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