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배우 정우성이 중남미를 방문해 난민을 만났다. /유엔난민기구(UNHCR)

배우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자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2014년 UNHCR 명예사절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친선대사로 활동해 왔다.

21일 한겨레21에 따르면, 정우성은 지난 3일 UNHCR 친선대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지난 1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UNHCR 한국대표부와 저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붙어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됐다”며 “기구와 나에게 끊임없이 정치적인 공격이 가해져 ‘정우성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다른 의미들을 얹으려 하기에 나와 기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정우성은 지난 10년간 UNHCR에서 활동하며 레바논과 남수단, 로힝야, 폴란드 등 주요 난민 발생 국가를 방문했다. 2019년에는 난민 관련 활동을 기록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펴냈다.

정우성은 자신의 10년을 돌이켜보며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해마다 세계 곳곳의 난민 캠프를 다녀오고, 난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인식이나 이해가 뚜렷해진 것 같다”며 “하지만 그 영향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이었는지는 제가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우성은 2018년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소셜미디어에 ‘난민과 함께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제주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비판 여론에 맞닥뜨렸다. 당시에 대해 “UNHCR도 놀랐고, 저 역시도 놀랐다”며 “왜 갑자기 난민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반응과 오해들이 불쑥 튀어나오지? 고민이 됐다”고 했다. 이어 “예멘 난민들이 대한민국에 들어오면 마치 커다란 정치적인 불안과 종교적인 위기가 생길 거라는 대중의 불안을 보면서 저도 혼돈에 휩싸였다”고 했다.

이후 6년이 흐른 현재에 대해 정우성은 “문제가 없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며 “이들(예멘 난민)이 제주도를 떠나서 내륙으로 들어와 생활했지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범죄 등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예멘 난민들이 처음 우리 사회에 들어왔을 때 성범죄가 늘어나고 종교 갈등이 생길 거라는 등 불안의 목소리가 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2023년 11월 30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서울사무소. 유엔난민기구 켈리 클레먼츠 부대표와 홍보대사 배우 정우성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정우성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시 배우로 돌아가서 배우로 존재할 것”이라며 “친선대사를 그만두지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 문제나 나눠야 할 이야기가 아직 많다. 더 관심 갖고 지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차기 UNHCR 친선대사 후임자에 관해서는 “잘 찾길 바란다.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일정이 녹록한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는 기성세대가 됐고, 또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젊은이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저와 같은 이해를 가진 누군가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