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공개되는 디즈니+ ‘폭군’에서 은퇴한 요원 ‘임상’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 강도 높은 액션 연기 대부분을 대역 없이 소화하는 한편 능청스럽고 노련한 연기를 선보인다. /디즈니+

공손한 2대8 가르마에 특유의 주접, 구수한데 실력은 칼 같다. 박훈정 감독의 어둡고 진지한 느와르에 독보적인 캐릭터가 나왔다. 14일 공개되는 ‘폭군’을 보고 나면 지난해 영화 ‘독전2′는 배우 차승원의 잘못된 ‘용례’였다는 생각이 든다. ‘폭군’은 그를 제대로 쓴 예다. 위트부터 액션까지 초반부 느슨한 흐름을 깨는 ‘만능키’ 역할을 하며 신예 배우 조윤수와 눈을 사로잡는 합을 만들어낸다.

‘폭군’은 영화 ‘신세계’ ‘마녀’ ‘귀공자’ 등을 만든 박훈정 감독의 첫 OTT 시리즈로 디즈니+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다. 감독이 직접 “‘마녀’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밝혀 팬들의 기대가 집중되는 중이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4부작 전체를 미리 보니, 가공할 힘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마녀’ 세계관과 똑 닮았다. 자기 복제에 그치지는 않는다. 더욱 발전한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또 다른 버전의 마녀’로 탄탄한 인상을 남겼다.

줄거리는 국가 기관 내 비밀 조직에서 신종 국방 무기로 인간 병기 ‘폭군’을 비밀리에 개발하고, 이를 알게 된 미국 정보 기관이 요원(배우 김강우)을 보내 폭군을 파괴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밀 조직의 수장 최 국장(김선호)과 은퇴한 전설적인 요원 임상(차승원) 등이 프로젝트를 지키려 한다. 하지만 폭군을 만들 샘플이 엉뚱하게 여자 주인공 자경(조윤수) 손에 들어간다. 임상과 자경은 서로를 공격하지만 각자 목적을 위해 잠시 협력한다. ‘마녀’로 신인상을 휩쓸었던 배우 김다미를 이을 여자 주인공은 ‘소년 심판’ 등에 출연했던 신예 조윤수가 맡았다.

샘플이 여자 주인공 손에 들어가기까지 지루한 부분도 있다. 자경의 다중 인격 연기가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차승원 등장 후 노련함과 코믹함이 더해지며 술술 풀려나간다. 여자 주인공 매력도 배가된다. 둘의 배우 경력 차가 30년이 넘지만, 조윤수 역시 차분한 페이스와 유머에서 밀리지 않고 멋진 합을 보여준다. 첫 대면, 서로 총을 겨누는 장면 등 살벌한 장면에서 각 캐릭터에 기인한 웃음이 입혀진 점이 장점이다. 배우 김선호도 비밀 조직 수장보다는 젊은 ‘과장급 사원’ 느낌이 강해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강우가 상대역으로 등장하면서 힘을 받는다. 전에 없던 신선한 엘리트 캐릭터가 됐다. 조윤수·김선호의 신선함과 차승원·김강우의 노련함이 어우러진 셈이다.

4부작이지만 전체 분량이 2시간 30여 분으로 영화보다 조금 더 길다. 액션이 거침 없고 쫄깃하다. 극 중 사람이 죽어나가는 방식이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마녀’ 역시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다. 이 장벽을 넘는 관객에게는 극장의 몰입도와 감흥을 훌륭하게 OTT로 옮겨온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