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뉴진스, 도쿄돔 이틀 공연에 9만명 몰려 -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 6월 26일 일본 도쿄돔 공연에서 1980년대 일본 인기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부르고 있다. 이틀간 열린 뉴진스 공연은 9만여 명 관객이 관람했다. /어도어

일본 아이돌 그룹들이 내한 공연을 펼치는 J팝 음악 축제가 국내 최초로 오는 11월 8일부터 사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 아타라시각코! 등 17팀이 내한한다. 지난달 30일 일부 출연진만 공개된 상황에서 발매된 예매 티켓은 5분 만에 매진됐다.

K팝이 일본을 석권한 데 이어 J팝이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 ‘문화 국경’은 이미 무너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상대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문화적 관심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거리낄 일이 아니다. 최근 일본 도쿄돔에선 한국의 걸그룹 ‘뉴진스’가 이틀 공연으로 9만여 관객을 모았다. 이제는 J팝도 한국 음악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두 나라 젊은이들은 과거의 역사에 사로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일 간 문화 교류에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치기 힘든 상태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자니즈(현 스타토엔터) 출신 7인조 보이그룹 나니와단시는 내년 1월 11·1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펼친다. 지난 2008년 보이그룹 ‘아라시’가 이틀간 4회 공연으로 세운 J팝 역대 최대 공연 동원 인원 3만명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백형선

한국은 그동안 ‘J팝의 금역(禁域)’으로 통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일본 문화 개방 조치를 천명한 후, 2004년 전면 개방됐지만 국내 방송에서 일본 음악을 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튜브, OTT, 음악 플랫폼 등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골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자생적인 팬덤이 생겨났다. 임희윤 평론가는 “과거에는 한국에서 일본 음악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었다면, 최근엔 틱톡과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악의 국경이 급격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음 달 21~22일 500석 규모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공연하는 도미오카 아이처럼 일본 내에선 유명하지 않지만 한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경우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도미오카의 노래 ‘굿 바이바이’가 흥행했다. OTT에서 흥행한 애니메이션 작품 주제가를 부른 오피셜히게단디즘, 요아소비, 아도 등 J팝 가수들의 내한이 줄을 잇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 음원 시장에도 J팝 인기가 반영되고 있다. 국내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에서 이용자들의 J팝 재생 수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93%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요를 비롯해 10개 음악 장르별 감상 비율에선 J팝이 1.2%로 재즈(0.6%)와 클래식(0.7%)을 제쳤다. 2018년 J팝은 0.4%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역시 “지난 7월 한국 이용자들 사이 J팝 월간 재생 횟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다”고 밝혔다. J팝을 좋아한다고 밝힌 박모(29)씨는 “2~3년 전만 해도 일본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오타쿠’라고 놀림당했는데 이젠 거리에서 J팝 노래가 나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국내 공연 기획사들도 J팝의 한국 상륙을 반기고 있다. 한 대형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 밴드는 영미권 밴드보다 이동 거리가 짧아 초청 비용이 적게 들고, 500~1만을 동원하는 다양한 체급의 팀이 풍성하다”며 “칼군무와 노래가 완벽한 한국 아이돌과 달리 일본 아이돌은 친근하고 예능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인다. 색다른 매력이 마니아층을 결집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J팝도 한국을 세계 진출에 앞서 거쳐야 할 곳으로 보고 있다. 황선업 평론가는 “그동안 일본은 내수 시장만으로도 수익을 내기 충분했기에 한국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면서 “한국에서 공연하면 인기가 대단한 그룹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 J팝 내한 공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