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실내악단 세종 솔로이스츠를 위한 작품을 선보이는 토드 매코버 MIT 미디어랩 교수. /조인원 기자

인공지능(AI)이 실내악단과 실시간으로 협연할 수 있을까. 음악과 디지털 기술 결합의 선구자로 꼽히는 토드 매코버(70) MIT 미디어랩 교수가 한국에서 이 과제에 도전한다. 오는 24일 예술의전당에서 자신의 신곡 ‘플로우 심포니(Flow Symphony)’를 세계적 실내악단 세종 솔로이스츠와 AI의 협연으로 세계 초연하는 것이다.

보스턴 인근 강가에서 녹음한 자연의 소리들과 세종 솔로이스츠가 미리 연주한 현악을 바탕으로 AI가 현장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조합해 낸다. 이날 무대에서 매코버 교수는 직접 지휘봉도 잡는다. 그는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곡 중반에 3~5분 정도 AI와 실내악단이 실시간으로 협연하는 대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연주 당일 AI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웃었다.

매코버는 음악과 과학 기술의 결합이라는 화두에 평생 매달린 작곡가이자 음악 교육자다. 연주자의 손목과 팔에 센서를 달아서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 ‘하이퍼 첼로(Hypercello)’를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와 함께 개발했다. 최근 어린이들도 손쉽게 작곡할 수 있도록 돕는 전자 악보 프로그램인 ‘하이퍼 스코어(Hyperscore)’도 선보였다.

토드 매코버 MIT대 교수는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이번 내한에서 AI로 작곡한 부분을 들려준다. 오른쪽의 음표 없는 오선지가 AI가 3~5분가량 들려줄 부분이다. /조인원기자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1978년 프랑스의 현대음악 연구소인 이르캄(IRCAM)이 창설될 당시 합류해서 7년간 재직했다. 그 뒤 1985년 미래학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의 주도로 멀티미디어와 과학, 예술 분야의 융합을 추구하는 MIT 미디어랩이 설립될 당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그는 “처음엔 네그로폰테의 전화를 받고서 ‘나는 우선적으로 작곡가이며 교수가 될 생각은 없다’며 거절했지만, 과학과 예술의 학제 간 연구라는 주제에 이끌렸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두 번이나 창설 멤버가 된 셈”이라며 웃었다.

그가 과학과 예술의 결합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공학자 칼 매코버(1927~2012),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 윌마 매코버(1929~2021)다. 어릴 적 아버지와는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서 띄웠고, 어머니와는 집안 주변의 소리들을 듣고서 이야기를 만든 뒤 그림으로 그리는 연습을 했다. 매코버는 “동부 출신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자였던 어머니와 팝 음악과 시각 예술을 좋아하는 중서부 출신의 과학 기술자였던 아버지 사이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었지만, 그 점이 오히려 풍요로운 유산으로 남았다”고 했다.

작곡 분야에서도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날이 올까. 그는 “AI가 만든 음악들이 이미 우리 일상에도 침투하는 세상이 되고 있으며, 변화 속도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간 작곡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 그는 “음악은 단지 악보나 음표가 전부가 아니다. 인간의 감정과 믿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필사적인 행위”라며 “그 점이야말로 컴퓨터가 신경 쓰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