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생중계된 카녜이의 한국 공연은 그의 갑작스런 라이브에 동시접속자 5만명을 돌파하는 등, 단 하루만 공개한 3시간 33분짜리 영상이 130만 뷰를 넘어섰다. /카녜이웨스트 유튜브

“하느님, 이 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모든 이들이 잘 귀가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소서.”

흰색 후드트레이닝 상·하의를 입은 미국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Ye·47)는 마지막 곡 ‘24′(2021)를 부르면서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은 관중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복음 성가로 분류된 이 노래는 2020년 헬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미 NBA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위해 만든 추모곡. 24는 코비의 등번호다.

14년 만의 내한 공연이자 때마침 코비의 생일인 23일 진행된 콘서트는 당초 ‘청음회(Listening Experience)’라고 했지만, 카녜이 웨스트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듯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무려 54곡을 불렀다. 지난 3일 발매한 새 앨범 ‘벌처스2′ 청음회를 합쳐 이날 공연에서 그가 선보인 곡은 78곡. 2004년 첫 발매한 앨범 ‘The College Dropout’부터 2021년 ‘Donda’까지 ‘예’로 개명하기 전 그의 음악 인생을 되짚는 듯했다. 90분으로 예정됐던 공연은 150분을 훌쩍 넘겼고, 3만여 관객들의 ‘떼창’은 계속되자 그의 입에서 “Korea, I love you!”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티켓 최저 가격은 8만원. 팬들은 “1곡당 1000원꼴” “역대급 가성비”라는 반응을 보였다.

백마 탄 이가 운동장을 도는 것으로 무대의 시작을 알린 카녜이는 100인 안무가와 함께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휘황찬란한 무대 장치 없이도 카녜이는 함께 공연한 힙합 래퍼 타이 달라 사인 목소리와 관객의 호응이 어우러져 거대한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카녜이와 함께 온 자녀들 노스(11)·시카고(6)도 무대에 올라 춤을 추기도 했다.

넥스티스와 르그랜드가 공동 주관하고 TV조선과 말표산업이 후원한 이번 공연을 유튜브 라이브로 시청한 해외 팬들은 “대체 무슨 일인가” “한국은 축복받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 빌보드지는 “예상과 달리 70곡 넘는 라이브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