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직전 4인조로 활동했던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 왼쪽부터 앤디 벨, 밴드의 주축을 맡았던 형 노엘 갤러거와 동생 리암 갤러거 형제, 겜 아처.

1990~2000년대 브릿팝 전성기를 이끈 밴드 오아시스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재결합한다. 2009년 밴드가 해체한 지 15년 만이다.

27일(이하 현지시각) 오아시스는 공식 X(옛 트위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결합 소식과 함께 2025년 라이브 공연 일정을 공지했다. 내년 7월 영국 카티프 프린시펄리티 스타디움 공연을 시작으로 밴드의 재결합 무대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노엘 갤러거와 리엄 갤러거 형제 외 다른 원년 멤버도 참여하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1994년 데뷔한 오아시스는 첫 정규 음반 ‘Definitely Maybe’를 포함해 총 7장의 정규 음반을 영국 차트 1위에 올린 전설적 밴드다. 전 세계 7500여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비틀스의 후계’란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밴드의 주축이자 작곡을 전담했던 노엘 갤러거와 밴드의 얼굴인 프론트맨(보컬)이었던 리엄 갤러거 형제 간 불화로 해체했다. 2009년 영국 스태퍼드셔 ‘V페스티벌’에서 가진 이들의 무대가 오아시스 이름으로 선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날 오아시스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갤러거 형제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도 이런 불화의 과정이 종식됐음을 뜻하기 위함이었다. 밴드가 “총성(The guns)이 조용해졌다. 별들이 정렬되었다. 위대한 기다림(The great wait)은 끝났다. 직접 보러 와라. 텔레비전으로 방송되지 않을 거야”라며 함께 적어올린 영문 게시글엔 “믿기지 않는다” “이게 실화냐” 등 흥분한 전 세계 팬들의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두 사람의 화해와 오아시스의 귀환은 올 초부터 꾸준히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밴드는 데뷔 30주년 기념일을 맞았던 지난 4월에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음악계의 큰 축하를 받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 훈풍이 본격적으로 감지된 건 평소 서로에 대한 언급을 철저히 꺼리던 이들의 태도가 달라지면서였다. 노엘은 지난 23일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단골 레코드 가게 시프터스(Shifters)를 방문해 오아시스 30주년과 리엄과의 추억을 돌아보는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이곳은 갤러거 형제의 고향집 인근에 위치한 레코드 가게로 두 사람이 데뷔 전 음악적 출발점을 함께 쌓아갔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아시스의 데뷔앨범 수록곡 ‘Shakermaker’에도 이 레코드 가게 일화가 가사로 쓰였다. 이튿날 리엄은 영국 음악 축제 레딩 페스티벌 무대에서 오아시스의 곡 ‘Half the World Away’를 부르며 “이 노래를 노엘 갤러거에게 바친다”고 했다. 26일엔 두 사람이 각자 소셜미디어에 ‘8월 27일 8am’이란 문구를 오아시스 현역 시절 밴드를 상징하던 글씨체를 사용해 쓴 게시물을 동시에 올렸고, 재결합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돌아온 오아시스가 대형 공연들로 음악계 새 기록을 세울 지 여부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국 더 선은 현지 음악 관계자 전언을 통해 “오아시스가 영국 최대 규모 공연장인 ‘웸블리 10회 공연’과 최대 음악축제 글래스턴 베리의 헤드라이너(간판 공연자) 무대를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은 밴드 퀸이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펼쳤던 세계적인 대형 공연장으로, 단일 기준 최대 9만 명 관객을 모을 수 있다. 직전 이 공연장 최다 공연 기록은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8회였다. 다만 27일 오아시스가 직접 밝힌 공연 일정에는 4회의 웸블리 공연 만이 공개됐다.

국내 음악계에선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이 성사될 지 기대 중이다. 오아시스가 1995년 정규 2집에서 선보인 메가 히트곡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 등은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양산했고, 2006년 밴드의 첫 내한 공연으로 이어졌다. 밴드 해체 후에도 갤러거 형제는 각자 활발히 한국을 찾았다. 리엄 갤러거는 2017년 단독 내한 공연을 개최했다. 노엘 갤러거는 오아시스 해체 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연주하는 백밴드 ‘하이 플라잉 버즈’를 새롭게 결성했고, 이들과 함께 지난달까지 10회 이상 한국을 찾았다.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가 27일(현지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오아시스 라이브 25’ 투어를 연다고 밝히면서 재결합을 발표했다. /오아시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