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8시쯤 예(카녜이 웨스트)가 지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회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소셜 미디어

세계적인 힙합 스타 예(Ye·카녜이 웨스트)가 내한 공연을 마친 뒤 5일이 지났지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예는 2010년 강원도 양양의 낙산해수욕장에서 열린 공연 이후 14년 만인 지난 23일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서울 곳곳에서 예를 봤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가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한우 80만원어치를 먹고 돈을 지불하지 않은 사연이 전해졌다. 예는 1억4000만장의 음반 판매고와 5개의 빌보드 차트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는 힙합 뮤지션이다.

26일 오후 소셜미디어에선 예가 지인 1명과 함께 서울 강남의 한 고깃집에 들어가는 사진이 올라왔다. 더운 여름날인데도 흰 트레이닝복 하의에 흰 후드를 뒤집어 쓴 예가 서둘러 고깃집으로 들어가는 사진이었다.

무얼 먹었을까. 조선닷컴은 수소문 끝에 이 고깃집을 찾을 수 있었다. 예는 한국인 지인과 함께 26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음식점 도산회관에 방문해 1시간 만에 한우만 1kg 넘게 먹고 갔다고 한다. 생와사비를 여러 번 리필해 가며 육사시미와 생양념갈비, 안심, 토시살, 새우살을 두루 즐겼다고 한다.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무려 80여만원. 하지만 예는 돈을 내지 않았다. 아니 낼 수 없었다. 평소 힙합을 좋아하던 도산회관 대표가 예를 알아보고 통 크게 쐈다는 것. 예는 도산회관 대표의 제안을 받고도 돈을 내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에 웃으면서 헤어졌다고 한다.

도산회관 대표는 조선닷컴에 “예가 경호원 서너 명과 차량 기사의 식사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고 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예 이전에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와 유럽에서 유명한 한인 DJ 페기 구 등 유명 뮤지션들도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26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서 목격된 예(카녜이 웨스트)와 그의 딸 /소셜 미디어

예는 도산회관 방문 전날인 25일엔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인근 스타벅스와 신용산역 아이파크몰도 들렀다. 스타벅스에선 스스럼없이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고, 딸 노스와 함께 장난감 매장에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예는 지난 23일 오전 아내 비앙카 센소리와 세 자녀인 노스, 세인트, 시카고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리스닝 파티 ‘Ye x Ty Dolla $ign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를 위해서였다.

26일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스타벅스에서 목격된 예(카녜이 웨스트). /소셜 미디어

힙합 팬들 사이에서 이번 공연은 ‘레전드’로 평가받는다. 예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애초 내한공연이 아닌 ‘리스닝 파티’였다. 리스닝 파티는 음악을 틀어놓고, 영상과 조명을 멋지게 꾸며 앨범의 음악 자체를 즐기는 형태의 공연이다. 예는 이제껏 리스닝 파티에서 복면을 쓴 채 무대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예는 이번 공연에서는 도중에 마이크를 잡고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달라”고 외친 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주요 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직접 불렀다. 리스닝 파티가 내한 공연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그는 리스닝 파티와 별개로 1시간 동안 총 54곡을 소화했다. 당초 리스닝 파티로 계획된 공연이어서 예가 직접 공연하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예가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건 2021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콘서트 ‘Free Larry Hoover Benefit’에서였다. 그가 자신의 주요 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공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