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가져가며 눈도장을 찍은 두 배우가 올해 나란히 OTT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뽐냈다. 주인공은 배우 김선호(38)와 고민시(29). 김선호는 작년 영화 ‘귀공자’에서 잔혹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프로’ 킬러를 연기해 대종상영화제 등에서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고민시는 영화 ‘밀수’에서 다방에서 일하는 ‘똑순이’ 고옥분 역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등을 탔다.

'폭군'에서 '최 국장'을 연기한 배우 김선호. /디즈니+

연기 열정으로 손에 꼽히는 두 ‘충무로 루키’가 올해는 OTT에서 맞붙었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와 디즈니+ 작품에서 각각 주연을 맡아 색다른 얼굴로 눈길을 끈 것이다. 고민시는 지난달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출연해 사이코 살인마에 도전했다. ‘칼 단발’을 휘날리며, 작은 몸집으로도 ‘멧돼지’ 같은 저돌적인 면을 표현했다. 김선호는 지난달 14일 나온 디즈니+의 ‘폭군’에서 국가 정보 조직의 엘리트 국장이 됐다. 모든 짐을 짊어진 비밀 조직의 마지막 수장을 비장하지만 세련되게 완성했다. 두 배우의 신선한 캐릭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유성아'를 연기한 배우 고민시(왼쪽). /넷플릭스

차근차근 연기 이력을 쌓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두 배우 모두 조연 시절부터 남달랐다. 김선호는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소년미’로 ‘메인 남주’와 비등한 인기를 얻으며 떴다. 드라마 ‘스타트업’(2020)에서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서브 남주’였는데, 결핍 있는 유년 시절 서사에 선한 눈망울이 매력을 발휘했다. 여자 주인공이 서브 남주와 이어지길 바라는 시청자가 많았을 정도다. 이후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2021)가 흥행했다. 고민시는 어떤 환경에 두어도 ‘알짜배기’ 같은 배우다. 영화 ‘마녀’(2018)에서 주인공 친구 역으로 등장해 기차에서 찰지게 욕하는 장면이 많은 이들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 ‘밀수’에선 김혜수·염정아 등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팔색조 매력으로 자기 몫을 200% 해냈다. 시대극인 ‘오월의 청춘’(2021)에서 주인공으로 깊이 있는 연기도 보여줬다.

이번 OTT 드라마를 위해 두 사람 모두 체중을 6~7kg씩 감량하는 등 캐릭터 변신을 위해 노력했다.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폭군’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결성된 비밀 조직 수장인 ‘최 국장’은 나이를 넘어서는 무게감과 결연함이 필요했다. 김선호의 소년미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며 국내 콘텐츠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국장’ 캐릭터가 나왔다. 김선호는 인터뷰에서 “배우 각자가 하나의 악기처럼 외형이나 성향이 타고난 게 있어 스스로 ‘최 국장’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며 “동작을 최소화하며 흐트러지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폭군'에서 '최 국장'을 연기한 배우 김선호. /디즈니+

고민시는 무시무시하지만 아름다운 살인마 ‘유성아’가 됐다. 범죄자가 연상되지 않는 젊고 신비한 분위기로 등장한 그는 곧 잔악무도한 모습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긴다. 인물에 대한 앞 뒤 서사가 없는 상태로 광기를 표현해냈다. 작품을 연출한 모완일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할뿐만 아니라 노력해야 할 걸 노력하는 영리한 배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고민시는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 가장 최고난도였다”며 “’성아’의 내면에 있는 건 뭘까, 무엇이 이 캐릭터를 움직이게 할까 고민하면서 계속 저만의 ‘성아’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유성아'를 연기한 배우 고민시. /넷플릭스

두 사람은 업계에서 “또래 세대 중 가장 열심히 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는 소문난 ‘열정 충만’ 배우들이다. 고민시는 사회 생활을 하다 배우 꿈을 안고 서울에 상경해 1000번 가까이 오디션에 떨어지며 지금의 위치에 섰다. 김선호는 2009년 연극 무대에 데뷔해 오랜 시간 연기했지만 지금도 신인처럼 자신의 연기를 의심하고 고민한다. 이들은 계속해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고민시는 “이번에 선배님들과 연기하며 나눴던 호흡이나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며 “큰 자극이 됐다”고 했다. 김선호는 “연기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제 멱살을 잡고 배우로 서게 하지 않았나 싶다”며 “실력이 있어야 배우로 설 수 있다는 걸 점점 더 느낀다.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게 제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