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최근 승객들이 버스 안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읽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고, 더 놀라운 건 ‘소설’을 읽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다들 알 것이다. 작가로서 이 ‘독서 열풍’이 몹시 반갑지만, 동시에 얼마나 오래갈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쓰는 사람들에게 지금은 무척 힘든 시기다. 과거 10만 부가 ‘히트’의 기준이던 시절도 있지만, 이제는 그 10분의 1만 팔려도 대단한 성과로 여겨진다. 대형 서점만 둘러봐도 책이 진열되었던 자리는 이제 값비싼 헤드셋이나 문구류 등으로 채워졌다. 출판사 사람들에게 들으니 코로나 기간 책 판매가 잠깐 증가했다가 지금은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더 줄었다고 한다.

나의 고국인 영국도 비슷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변 작가들은 글을 쓰는 일이 더 이상 직업이 아니라 ‘취미’라고 말한다. 영국 작가 저작권 협회(Authors’ Licensing and Collecting Society)에 따르면 2006년과 2022년 사이 작가들의 평균 수입은 60%가량 감소했고, 글을 쓰는 일로만 적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작가의 비율도 40%에서 19%로 줄었다.

이제 책은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다른 모든 수단과 경쟁해야 한다. 한 ‘크리에이터’가 카메라 앞에서 춤추는 모습의 30초짜리 영상이 ‘콘텐츠’라 불리며, 책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동등한 ‘콘텐츠’로 여겨지는 시대에 온갖 플랫폼의 짧은 영상을 스크롤하는 데 익숙해져 주의 지속 시간(attention span)이 줄어든 사람들에게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책은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예외적으로 유행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책 종류가 하나 있는데 바로 자신이 ‘부자’라고 주장하는 저자가 쓴 부자 되는 비결을 알려주는 책들이다. 내가 그런 책을 쓴다면, 맨 첫 페이지에 “절대 책을 쓰지 마라”라는 조언부터 할 것이다.

한강 작가가 세운 역사적 이정표로 촉발된 변화의 바람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진 않을까 하는 내 우려가 부디 틀리길 바란다. 12개월 후에도 버스에서 소설을 읽는 승객들의 아름다운 모습,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