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에서 장흥 230원’ ‘수색에서 송추 250원’ ‘의정부에서 신촌 360원’…. 작게 자른 두꺼운 종이 위에 출발지와 행선지, 요금이 인쇄돼 있다. 일부는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모두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서울 교외선’을 달리던 열차의 승차권이다.

/이형달씨 제공

독자 이형달(70·경기 의정부)씨가 이 승차권들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IMF 구제금융 시절인 1998년의 일이었다.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계단에서 막 실직한 듯한 중년 남성이 우표와 기차표를 팔고 있었다. 호기심에서 몇 장 산 것이 기차 승차권 수집의 길로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곧 ‘아차’ 싶었다고 했다. 기차를 타더라도 그 승차권은 도착역 역무원에게 반납해야 역사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뒤 기차표 전산 발매로 인해 기존의 종이로 만든 ‘에드몬슨식 승차권’은 폐기돼 시중에 흘러나왔다고 한다.

경춘선, 협궤 열차가 달리던 수인선, 간이역 같은 옛 기차표를 수집하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역시 교외선이었다고 했다. “교외선을 타고 갈 수 있었던 송추와 장흥은 친구와 같이 종종 놀러 가던 곳이었어요. 50년 세월이 흘렀지만 교외선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형달씨가 수집한 교외선 승차권을 보면 교외선으로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다녔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는 1994년 8월 특별 운행한 증기기관차 기념 승차권<사진 가운데>이 있는가 하면, 1992년 12월 벽제에서 청량리를 거쳐 영천까지 운행한 군(軍) 전세 열차 승차권<사진 아래>도 있다.

교외선은 일제 말 북서쪽 경의선에서 오는 화물을 서울을 거치지 않고 우회해 중앙선 철도로 수송할 목적에서 계획됐다. 해방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가 1963년 능곡~의정부 구간 31.9㎞ 구간이 모두 개통됐다.

교외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추억의~’라는 수식어다. 서울 근교로 관광객을 수송하는 것이 열차의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대곡~의정부~왕십리를 거쳐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순환 열차도 있었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주 5일 시대가 열리며 장거리 여행이 선호되자 교외선 운행은 점차 줄었고 2004년 정기 여객열차의 운행이 중단됐다.

오래도록 잊혔던 교외선은 20년 만의 부활을 앞두고 있다. 선로와 역사 개량 공사를 거쳐 오는 12월 대곡~의정부 구간이 다시 운행을 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관광용이라기보다는 통근용이다. 교외선과 동해선, 중부내륙선, 중앙선 복선전철화 등을 포함해 올해 11~12월 전국에서 개통을 앞둔 철도는 10개 노선 486㎞에 이른다.


※올해 말 개통 예정인 10개 철도 노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1)11월 2일 서해선(서화성~홍성): ITX-마음

(2)11월 2일 평택선(평택~안중): ITX-마음, 새마을호, 무궁화호

(3)11월 2일 장항선 복선전철화(신창~홍성): ITX-마음, 새마을호, 무궁화호

(4)11월 27일 중부내륙선(충주~문경): KTX-이음

(5)12월 14일 대경선(구미~대구~경산): 광역전철

(6)12월 28일 GTX-A(운정중앙~서울역)

(7)12월 대구 지하철 1호선 연장(안심~하양)

(8)12월 중앙선 복선전철화(안동~영천)

(9)12월 동해선(삼척~영덕): ITX마음, 누리로

(10)12월 교외선(대곡~의정부): 무궁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