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one) 앤(and) 투(two), 앤, 뒷꿈치 앞으로, 플리에(plié·꼿꼿이 선 채 무릎 구부리기), 앤 오픈(open), 앤 인(in)….”
발레 스튜디오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국립발레단 유튜브 채널의 ‘홈 발레’ 수업 영상. 박일 발레마스터가 지도하고 드미솔리스트 하지석 발레리노가 시범을 보인다. 긴 가로대를 붙잡고 기본기를 다지는 ‘바(barre)’ 동작부터 바 없이 테크닉을 익히는 ‘센터(center)’ 연습까지 단원들의 매일 아침 연습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내려놓으시길. 박일 마스터의 말대로 “이 수업의 목적은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기쁨을 얻는 것”이다. 정혜연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엉거주춤 동작들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 몸 곳곳에 뭉친 군살이 훌쩍 사라지는 것 같다. 지난달 23일 처음 공개한 50분짜리 1편 영상 조회 수만 1만7000여 회. 안효진 발레마스터와 수석무용수 박예은의 클래스, 게스트 발레마스터 신혜진과 드미솔리스트 심현희의 토슈즈를 신기 위한 토워크(toe-work) 클래스 등이 매주 1편씩 차례로 공개된다.
코로나 시대, 더 풍성해진 온라인 무용 수업이 ‘확찐자’들의 도전을 기다린다. 필요한 건 결심뿐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유튜브 채널의 ‘유연한 하루’ 홈 트레이닝 클래스는 초심자들에게 딱 좋다. 현대무용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도 평소 운동량이 많지 않아도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움직임들로 구성했다. 남정호 예술감독의 ‘몸으로 나를 만나기’ 영상에선 호흡법과 스트레칭부터 현대무용의 기본 동작까지 배운다. 남 감독의 지도에 따라 “배꼽에서 연꽃을 피우듯이” 깊은 호흡을 하다가 너무 편안해져 잠들어 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 안영준 연습감독의 ‘집에서 따라 해보는 공간활용 100% 몸풀기’는 소파에 앉아서, 침대에 누워서, 싱크대 앞에 서서 할 수 있는 현대무용가의 스트레칭 비법을 전수한다. 이 영상을 보면, 헬스장이 문을 닫아서 살이 쪘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10분 분량의 영상이 각 5편씩 총 10편이다.
외국어 울렁증을 살짝 내려놓는다면, 해외 무용가·무용단의 홈 트레이닝 영상들도 풍년이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용가 나카노 그라임스의 유튜브 채널 ‘유레카 보디(Eureka Body)’의 발레 초심자를 위한 바 수업 영상은 세밀하게 시범을 보이는 동작 지도가 강점. 말은 못 알아들어도 움직임을 보며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친절하다.
해외의 경우 장년층을 위한 무용 홈트레이닝 클래스가 알차다. 영국 왕립무용학교(RAD·Royal Academy of Dance) 유튜브 채널의 ‘RAD at Home’ 영상은 55세 이상 ‘실버 백조(Silver Swans)’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시니어 무용 교육 전문가가 개발한 발레 기초 수업이다. 호주 퀸즐랜드 발레단 유튜브 채널에도 ‘시니어를 위한 바 연습’(Ballet for Seniors Express Barre) 영상으로 배운 뒤 조금씩 난도 높은 동작을 익혀나가도록 구성된 무용 수업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유튜브 채널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 발레리노 김기민의 발레 수업 영상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