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브레게 하우스’를 2021년부터 이끌고 있는 리오넬 아 마르카(Lionel a Marca) CEO는 워치메이킹 분야에 통달한 전문가다. 1967년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역사가 탄생한 곳이자 고급 시계의 성지(聖地)인 쥐라(Jura)주 포렌트루이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워치 메이킹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뒤 1992년 스와치 그룹에 합류했다. ‘프레데릭 피게’, ‘ETA 매뉴팩처 오를로제르’ 등 복잡 시계(컴플리케이션 워치)와 관련된 부품과 각종 특허 기술 등을 개발·개선했으며, 품질 관리 등에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스와치 그룹 내에서 주요 업무를 두루 맡았다.
20년여년 간 리오넬 아 마르카는 브레게의 회장이자 CEO인 마크 A. 하이에크(Marc A. Hayek)의 곁에서 브랜드의 성공에 기여했다. 특히 신제품 제작에 대한 하이에크의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며 신뢰를 쌓았다. 2019년 스와치 그룹 확장 이사회에 합류하였고, 브레게 하우스 및 다이얼을 제작하는 회사를 관리했다.
스위스 최고급 시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브레게 탄생 250주년을 기대하며, 또 이번 ‘5557-마린 오라문디’ 출시에 맞춰 시계 전문가이자 브레게에 대한 다양한 철학을 설파하는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천재적인 발명가이자 워치메이커였습니다. 200년 넘게 창립자의 유산과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도 정말 놀라운데요. 창립자의 이상을 기리기 위해 브레게 내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말씀하신 부분에 마음 깊이 동감합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발명가이자 뛰어난 기술자였으며, 최초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인물이기도 하죠. 브레게의 목표는 창립자의 혁신적인 정신과 뛰어난 가독성이 지닌 다이얼을 가장 순수한 브레게 전통에 따라 보존함과 동시에 탁월한 타임피스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창립자의 작품이 지닌 특징 중 하나는 유용한 컴플리케이션을 지닌 시계를 선보이겠다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브레게 또한 이와 같은 견지에서 브레게 타임피스 속에 창립자의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브레게는 기술적 측면과 디자인적 측면에서 모두 탁월한 브랜드입니다. 우리의 사명은 이를 기리고 계승하는 것입니다.”
-워치메이커로서 다수의 파인 워치를 작업하셨을 텐데요. 워치메이킹 업계의 수장 대부분이 경영 및 회계 분야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시계 전문가가 워치메이킹 브랜드의 대표로 임한다는 점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죠. 브레게는 하나의 브랜드이자, 단순한 브랜드를 뛰어넘는 존재입니다. 창립자부터가 현대 워치메이킹 분야를 위한 새로운 초석을 쌓았으니까요. 또한 제 자신도 워치메이커 겸 기술자로서 제품 개발 구체화 과정에서 제가 지닌 지식을 바탕으로 색다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브레게는 타임피스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로 활약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브레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브랜드에 굳건한 정통성을 불어 넣어주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풍부한 역사 그리고 혁신을 향한 끝없는 열망 입니다. 브레게는 미래의 워치메이킹을 구축해 나갈 연구 및 개발 부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브레게가 정교한 시계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브레게는 언제나 시간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죠. 다양한 장치가 진화하면서 사람이 하는 일을 AI(인공지능)가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많은데요. 우리가 인간으로서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계속해서 맞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775년 브레게를 창립한 이래로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철학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습니다. 시계 소유자가 정보를 더욱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것이죠. 투르비용이 있어 주머니에 든 시계가 수직 위치에 있을 때에도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겠죠. 기요셰를 다이얼에 통합해 가독성을 높인 점도 또 다른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이 개발된 현재, 브레게의 목표는 현재 고객 및 잠재적인 고객을 대상으로 미래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브레게 시계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또한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타임피스가 지닌 감성적인 측면을 간과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감성은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원히 존재할 테니까요.”
-브레게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둘러서 시계를 제작하기보다는 더 나은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 끈기 있게 인내하는 과정을 브레게의 철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CEO로서 단기간에 주목할 만한 결과를 이뤄내고 싶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요?
“시장에 타임피스를 출시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시계를 개발 및 테스트합니다. 이는 탁월함을 반영한 정교한 제품을 설계하고자 했던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하죠. 브레게는 시계와 부품에 수작업 마감 공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 공정으로 인해 하나의 시계가 탄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죠. 이 부분만은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혁신적인 타임피스는 몇 년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며, 그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타협을 해야죠. 하지만 그건 제가 추구하는 비전이 아닙니다.”
-마크 A. 하이에크 회장의 신임을 받고 계신데요. 그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셨나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와치 그룹 산하에서 마크 A. 하이에크를 위해 일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마크 A. 하이에크는 시계의 기술적 측면과 디자인적 측면 모두에 대해 심도 깊은 지식을 지닌 분이니만큼 그의 신임을 받는 건 정말 대단한 기회죠. 그는 또한 선구적인 비전을 지니고 있어 제가 브레게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감행할 수 있도록 도전 정신을 불어넣어 줍니다. 계속 진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시는 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계는 아름다운 룩을 완성하는 디테일이자 투자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여러 경매에서 타임피스가 고가에 낙찰되는 만큼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는데요. 이런 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경매를 주시하고 있고, 경매 결과를 통해 브레게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브레게 타임피스를 매입해 프랑스 파리 브레게 뮤지엄에 더욱 풍성한 소장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감성입니다! 브레게와 같이 위대한 헤리티지를 지닌 경우 유대감이라는 요소를 특히 중시하죠. 브레게 시계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시계 컴플리케이션이나 마감 기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열정이 담긴 정교한 손길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브레게 시계를 착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1775년부터 과거와 현재의 유명 인사들이 착용했던 브레게 역사를 착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 브레게 마린 컬렉션은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할 만큼 인기 있는 작품이고, 새로운 오라문디가 브레게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마린 컬렉션에 관해서 가장 자부심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프랑스 왕 루이 18세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를 프랑스 왕정 해군의 워치메이커로 임명한 바 있습니다. 그 후 브레게 마린 클락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프랑스의 원정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은 영예로우면서도 브레게에 어떤 책임감을 부여하는 요소였죠. 마린 컬렉션은 이를 배경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신제품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기술력이 돋보이는 오라문디 마린 다이얼에 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플레이트를 중첩시켜 입체적인 작품이 탄생했죠. 또한 사용법이 간단한 타임피스이자 인스턴트 메모리를 갖춘 듀얼 타임 존을 활용해 세컨드 타임 존의 시간과 날짜를 자동으로 계산해준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매력이 돋보입니다.”
-브레게는 뛰어난 기술력과 독창성뿐 아니라 완벽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브레게 타임피스 중 가장 아름다운 제품은 무엇이며,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는요.
“저는 트래디션 7057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서브스크립션 및 택트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태어난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시계죠. 그가 직접 만든 오프 센터 수공 기요셰 다이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브레게의 역사적인 코드를 모던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아주 성공적인 타임피스이며, 건축적인 룩이 돋보이는 무브먼트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이 시계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꼭 이뤄내고 싶은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탁월함입니다!”
-브레게는 최종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고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이들의 피드백을 어떤 식으로 고려하시나요? 경쟁이 치열한 워치메이킹 업계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진정한 럭셔리를 위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객이 부티크에 입장하는 그 순간부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죠. 브레게는 고객 만족을 중시하며, 이에 따라 탁월함이라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부티크부터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