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럭셔리 패션의 얼굴은 이제 K팝 아이돌이 장악하는 것일까.
지난 18일(이하 현지 시각) 해외 럭셔리 패션 브랜드인 디올이 BTS(방탄소년단)의 지민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표한 데 이어 발렌티노가 BTS 슈가를, 또 펜디가 아이브의 안유진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했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개인 활동이 가능해진 BTS(방탄소년단)의 행보는 패션계 가장 뜨거운 뉴스로 꼽힌다. 또 2020년대 데뷔한 4세대 아이돌인 뉴진스, 아이브, 엔믹스 등 멤버들도 연이어 해외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홍보대사)로 선정됐다. 미국 CNN은 이에 대해 “세계 최대의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더욱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BTS 지민, 슈가에 이을 다음 타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이번 BTS 지민의 앰버서더 발표를 하면서 “디올의 남성복 디자이너인 킴 존스가 BTS의 무대 의상을 디자인했던 지난 2019년부터의 특별한 인연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민은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디올 옴(디올 남성복) 패션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8일 출국했다. 이번 발표는 특히 디올을 소유한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자신의 맏딸인 델핀을 디올의 새 회장 겸 CEO로 임명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소식이어서 앞으로 지민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발렌티노는 BTS 슈가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임명하면서, 발렌티노가 추구하는 ‘디바’(DI.VAs·DI.fferent VA.lues), 즉 ‘다양한 가치’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래퍼,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이자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하는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활발히 펼친다는 것. 발렌티노의 피엘 파올로 피치올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슈가는 다면적인 아티스트로 여러 방면에서 통역사(예술적인 면모를 제대로 전달하는 이)”라고 칭송했다.
역시나 뜨거운 화제 속 멤버는 뷔. 지난해 6월 프랑스 셀린의 초청으로 패션 위크를 방문해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셀린의 품에 안길지가 최대 관심 중 하나다. 뷔는 2021년 12월 6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개설 후 4시간 52분 만에 1000만 팔로어를 기록해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오른 바 있다.
◇뉴진스·아이브·엔믹스 등 4세대 아이돌까지 섭렵
2010년 중반 데뷔한 블랙핑크 등 3세대 아이돌들이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앰버서더를 꿰차면서 ‘인간 샤넬(제니)’ ‘인간 디올(지수)’ 등의 애칭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젠 4세대 아이돌까지 해외 명품 브랜드의 레이더망에 포섭됐다. 지난해 7월 데뷔한 뉴진스는 데뷔 4개월 만에 멤버 하니가 구찌의 글로벌 앰버서더가 됐고, 막내인 혜인은 루이비통 앰버서더로 임명했다. 15세로 루이비통 최연소 앰버서더다. 이에 질세라 지난 6일 버버리는 뉴진스 다니엘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이제 데뷔 6개월 만에 멤버 5인 중 3인이 글로벌 앰버서더가 된 것이다. 뉴진스는 음악적 성취뿐만 아니라 패션, 뷰티 등 스타일 면에서도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평가다. 18일 뉴진스의 싱글 ‘Ditto’는 빌보드 핫 100차트 96위에 진입하며 K팝그룹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핫100 차트에 진입한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2021년 데뷔한 아이브의 장원영은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미우미우와 프랑스 보석 브랜드 프레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를, 지난해 데뷔한 엔믹스는 멤버 전원이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의 앰버서더가 됐다. 열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고 도전적이면서 자기 표현에 대담한 K팝 아이돌의 정신이 미래 젊은층을 이끌어가는 표상이라는 판단이다. 세계적 패션매체 WWD는 “지난해 K컬쳐의 영향력이 커지고 K팝을 광적으로 따르는 팬이 많아지면서 올해 전 세계 럭셔리 업계에서 한국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