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가수 겸 모델 토미 제너시스가 빅 레드 부츠를 신은 모습. 우주소년 아톰의 빨간 장화를 닮았다. /토미 제너시스 인스타그램

뿔처럼 솟은 머리나 초롱초롱한 눈, 힘찬 주먹을 바라볼 때 ‘우주소년 아톰’의 발에 주목한 이들이 있었다.

미국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미스치프(mschf)가 그 주인공. 지난달 아톰 신발을 꼭 닮은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s)’를 내놓아 패션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아톰의 영어 이름인 아스트로 보이(Astro Boy)와 함께 언급되며 소문을 탔다. 그 결과 350달러(약 45만3800원)라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출시하자마자 매진됐다. 이후 중고 운동화 거래 사이트 스탁엑스에서 한때 2341달러까지 값이 올랐고 지금도 13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웹사이트의 제품 설명에 크고(big) 빨갛다(red)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이 신발의 디자인을 달리 설명해 줄 말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엔 신발의 개념적 형태에 가장 근접하면서도 정작 쉽게 신고다닐 만한 물건은 아니라는 역설이 내재돼 있다. 미스치프는 “사람들 사이의 미적 공감대가 현실 너머의 영역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면서 “만화적 상상력이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아톰 신발의 깜짝 인기는 위트와 유머를 추구하는 패션의 흐름을 보여준다. 디자이너 조너선 앤더슨은 올 초 밀라노 패션위크 남성복 쇼에서 영국 웰리페츠와 협업해 개구리 모양 고무 슬리퍼를 무대에 올렸다. 웰리페츠는 영국 윌리엄·해리 왕자가 어린 시절 신었던 고무장화로 유명한 브랜드. 디자이너 지미 추는 일본 만화 ‘달의 요정 세일러문’과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만화책 페이지를 그대로 그려 넣은 핸드백, 세일러문 주인공들이 신을 법한 부츠 등이 컬렉션에 포함됐다.

미국 CNN 방송은 “실용성 중심의 팬데믹 패션이 지나가고 우스꽝스러움(silly)의 시대로 진입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수년간 옷차림으로 개성을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데 대한 반작용으로 더 기발한 디자인이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개구리 신발은 쇼가 열리기 전에 조너선 앤더슨의 인스타그램에 먼저 공개됐다. 아톰 부츠도 구독자를 수천만명씩 거느린 유명인들의 착용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퍼지며 출시 전에 이미 화제가 됐다. 유머와 위트는 패션이 소셜미디어에서 단발성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행태를 파고든 전략이라는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