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음식 즐기는 이들에게 버섯의 계절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솔향 그윽한 송이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서양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송로버섯(트러플)이 나온다. 송이와 송로뿐 아니라 백화고·송화고·대왕버섯 등 다른 계절엔 보기 힘든 자연산 버섯도 다양하게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데치거나 탕으로 끓이거나 솥밥으로 즐기는 버섯을 이탈리아에서는 리소토(risotto)로 먹는다. 볶음밥과 죽의 중간쯤 되는 이탈리아 쌀요리 리소토는 버섯의 풍미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요리법 중 하나라고 본다. 버섯의 맛과 향을 모조리 흡수한 쌀이 쫀득쫀득 이 사이에서 씹히는 맛이 기막히다. 만드는 법은 아래 레시피와 동영상 참조.

버섯은 물로 씻으면 안된다. 생버섯을 씻으면 맛과 영양이 확 빠진다. 씻지 않고 요리해도 되지만, 찜찜하면 물에 적셨다가 꼭 짠 행주로 살살 닦고 흙·이물질이 묻은 밑동만 떼내면 된다.

건표고 등 말린 버섯 불린 물은 절대 버리면 안된다. 감칠맛의 주성분인 핵산이 잔뜩 우러난 천연 조미료다. 리소토 육수로 사용한다. 마른 버섯을 쓰지 않고 생버섯만 쓸 경우 일반 채소 육수를 사용하면 된다. 남은 버섯 육수는 버섯 솥밥이나 된장찌개 등 다른 요리할 때 육수로 활용한다. 찬물에 천천히 우리면 좋지만 시간이 없으면 따뜻한 물을 사용한다.

버섯 육수는 차게 식혀 냉장고에 넣어두면 1주일 정도 보관 가능하다. 버섯물은 신체 방어 기능 강화(표고), 면역세포 증식(상황), 기력 회복(목이), 자양 강장(석이) 등을 돕는다니 물 대신 상복해도 좋다.

버섯 풍미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조리법은 살짝 데치거나 구워 먹는 것이다. 마늘이나 생강, 고춧가루 등 버섯 풍미를 가리는 강하고 진한 양념은 피하고 대신 국간장, 들기름, 들깨를 활용하면 버섯 맛을 살릴 수 있다. 리소토는 자극적 양념이 들어가지 않고 버터와 올리브오일 등 지방이 들어가 버섯의 감칠맛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래서 버섯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다.

버섯 리소토

버섯 리소토. 이탈리아 쌀요리 리소토는 버섯의 풍미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요리 중 하나로 꼽힌다./김성윤 기자

버섯(채소) 육수 1L, 버터 80g, 올리브오일 3큰술, 버섯 400g, 다진 양파 1개, 리소토 쌀 350g, 소금·후추 (4인분)

  1. 육수를 냄비에 붓고 끓인다.
  2. 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프라이팬을 달궈 버터 25g과 올리브오일 1큰술을 두른다. 버섯을 더해 소금과 후추로 간 한 다음 약불에서 익힌다.
  3. 냄비에 남은 버터 25g과 올리브오일 2큰술을 녹인다. 양파를 투명해질 때까지 5분 볶는다. 쌀을 더해 알갱이에 기름이 고루 입혀지도록 1~2분 뒤적이며 볶는다.
  4. 뜨거운 육수를 1~2국자 떠서 쌀에 더한다. 쌀이 육수를 빨아들일 때까지 저으며 섞는다. 쌀알이 알덴테(심이 살짝 씹히는 정도)로 익거나 육수를 다 쓸 때까지 20분 정도 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5. 버섯의 절반~3분의 2를 리소토에 더해 섞는다. 불에서 내려 남은 버섯을 넣고 부드럽게 저어 따뜻한 접시에 담는다. 남은 버섯을 리소토에 얹어 낸다.
[공복 김선생] 버섯 리소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