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확실한 ‘무기’를 장착한 식당 네 곳이 ‘미쉐린 가성비 맛집’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12일 프랑스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은 서울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식당 60곳을 ‘빕 구르망(Bib Gourmand) 레스토랑’으로 선정해 2021년 판을 내놨다.
미쉐린 가이드 본편이 값비싼 정찬을 내는 고급 식당을 주로 취급한다면, 미쉐린 별 직전 단계인 빕 구르망은 합리적 가격에 만족도가 높은 맛집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번외편 가이드다. 원래 1인분에 3만5000원 이하가 기준이었으나 지난해부터 1만원 올려 4만5000원 밑으로 정했다. 유럽에선 35유로, 미국에선 40달러, 일본에선 5000엔 이하다.
올해 명단에 오른 식당은 지난해와 똑같이 총 60곳. 새로운 식당 4곳이 새로 추가됐다. 채식을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밥집, ‘한국술 전문점’이란 분야를 개척한 한식당, 일본식 닭꼬치 ‘야키토리’ 전문점, 타이완식 우육면 전문점 등으로 미쉐린 선정 식당의 범위가 한층 넓고 다채로워졌다.
기자의 전화를 받고야 빕 구르망에 뽑힌 걸 안 ‘베이스이즈나이스’는 지난해 3월 마포구 도화동에 문을 연 신생 맛집이다. 주인 장진아씨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턴트 등 음식·외식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인기 메뉴 ‘바삭 청무와 옥수수 밥’ ‘홍고추 퓌레의 구운 두부 밥’에서 이미 채소 향기가 나는 이곳은 고기를 전혀 안 쓰는 건 아니지만 거의 모든 상차림이 “주위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채소가 주인공"이다. “보통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 애호박을 저는 채소절임을 해서 밥 위에 얹는 식으로 조금 달리 먹는 법을 제안하고 있어요.”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안씨막걸리’는 키 큰 장승이 천장에 서까래처럼 매달려 손님을 맞는 한국 술 전문점이다. 탁주⋅청주⋅증류주를 파는데, 시골서 밭매다 새참을 먹으면서 마시는 노동주를 떠올렸다간 세련된 분위기에 당황하기 십상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티몬 전략기획실장 출신인 안상현씨가 주인인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외국 친구들을 데려와서도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막걸리집.” 지리산에서 빚어오는 ‘꽃잠 막걸리’가 특히 인기다.
연남동 핫플레이스 ‘야키토리 묵’은 일본식 닭꼬치인 야키토리를 먹을 수 있는 전문점이다. 김병묵 셰프가 닭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각종 부위를 총 14가지 닭꼬치와 닭고기로 굽거나 요리해 내놓는다. 오후 7~9시엔 야키토리와 식사 등을 3만5000원에 팔고, 오후 9시부턴 술 손님을 위한 안주 위주의 오마카세를 1만8000원에 선보인다. 토종닭을 비장탄과 짚불에 구워내 구수하다. ‘수비드 닭가슴살’은 저온 조리를 해서 퍽퍽하지 않고, 야키토리 외에 다리살 냉채, 닭간 파테 같은 요리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종로 청계천변 ‘우육면관’은 양지와 아롱사태, 업진살을 넣어 진하게 끓인 국물이 일품인 우육면특으로 유명하다. 홍용주·김수환 대표가 중국, 타이완, 한국의 우육면 맛집 78곳을 돌며 100그릇 이상 먹어본 끝에 “그 중 최고였던 칭다오의 사미(私味)우육면 사부님한테서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작년에 새로 빕 구르망에 올랐던 태국 음식 ‘소이연남마오’와 ‘어메이징타이’, 퓨전 면요리 ‘정육면체’, 일본식 우동 ‘현우동’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60곳에 포함됐던 남해 통영 음식 전문점 ’오통영'과 타이완 음식점 ‘우육미엔’, 100년을 향해 가는 한식당 ‘한일관’, 칼국수 맛집 ‘목천집’ 등 4곳은 이번 목록에서 빠졌다.
‘불청객’ 코로나에도 맛 좋고 값도 싼 미식(美食)을 발굴하려는 탐험은 계속되고 있다. 빕구르망 선정 식당 60곳에 대한 정보는 미쉐린가이드 서울 웹사이트(guide.michelin.com/kr/ko)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