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모퉁이나 버스정류장에 붕어빵 노점이 들어서면 겨울이 왔음을 누구나 느낄 겁니다. 그만큼 붕어빵은 한국인에게 겨울을 대표하는 간식입니다.
붕어빵은 의외로 역사가 긴 먹거리입니다. 원류는 일본 ‘다이야키(たい焼き)’ 즉 ‘도미빵’입니다. 도쿄 아자부주방에 있는 ‘나니와야(浪花家)’라는 가게에서 1909년 처음 만들었습니다. 이 도미빵이 1930년대 국내 소개돼 붕어빵으로 변신했으니, 그 역사가 90여 년이나 되네요.
도미빵과 붕어빵은 팥소가 들어가는 등 재료나 맛이 거의 같습니다. 모양은 살짝 다릅니다. 도미빵은 꼬리가 역동적으로 치솟아오른 반면, 붕어빵은 동그스름하면서 온순한 편이죠. 20년쯤 전 태어난 잉어빵도 있습니다. 잉어빵은 붕어빵보다 날렵한 생김새에 빵 반죽에 찹쌀가루가 섞여 속이 살짝 비치면서 더 바삭하면서 속도 팥소 외에 슈크림, 김치 등 다양하지요.
붕어빵은 1950~1960년대 미국 곡물원조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점심 대용으로 먹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죠. 1980년대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복고 바람과 함께 다시 등장했습니다. 한때 ‘불황 지표’이기도 했지요. 경기가 나빠져 실업자가 늘면, 일자리 잃은 이들이 풀빵 장사에 나서며 길거리에서 풀빵집을 찾기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붕어빵은 요즘 다시 맛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오죽하면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요. 붕어빵 파는 노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죠. 경기가 나아졌기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물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한 붕어빵 노점상은 “밀가루와 설탕, 특히 팥 가격이 크게 올라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1000원에 4~5마리씩 주던 걸 2~3마리만 주니 사람들이 비싸다며 예전보다 덜 사먹는다”더군요.
그래서 붕어빵를 먹고 싶은 네티즌들이 나섰습니다. 2017년 한 네티즌이 조선 후기 김정호가 편찬한 ‘대동여지도’에서 착안, 전국 팔도의 붕어빵 가게 위치를 표시해 정보를 공유하는 ‘대동붕어빵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이른바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 붕어빵뿐 아니라 잉어빵, 국화빵 등 전국 풀빵집 위치를 표시한 ‘대동풀빵여지도’로 확장·발전시켰습니다. 참여형 지도 시스템인 구글 오픈맵을 활용했죠.
이용자들이 직접 노점을 표시하고 정보를 갱신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직접 노점을 표시하고 정보를 갱신할 수 있죠. 다른 사람이 올린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어 풀빵 노점 숫자와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27일 현재 붕어빵, 잉어빵, 국화빵, 달걀빵, 호떡 등 풀빵류를 파는 가게 1086개가 표시돼 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아이콘을 클릭하면 풀빵 노점 정보가 뜹니다. 위치와 가격, 맛, 친절도 등 자세한 정보가 달리기도 하지만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올리다보니 위치만 점 찍듯 표기하는 등 정보가 부실하거나 틀린 곳도 상당수입니다.
‘가슴속3천원'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왔습니다. ‘3000원만 있으면 길거리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뜻이 담긴 이름으로, 붕어빵 가게 위치를 공유하고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앱입니다. 가게 위치는 물론 이동시간까지 알려줍니다. 붕어빵뿐 아니라 계란빵, 다코야키, 호떡 등을 파는 가게들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어 꽤 유용합니다.
붕어빵을 어느 부위부터 먹느냐에 따라 먹는 사람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심리테스트도 있습니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으면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 꼬리부터 먹으면 ‘사려 깊고 주의 깊은 신중한 사람’, 배부터 먹으면 ‘남성적이며 적극적이며 사교적인 사람’, 등지느러미부터 먹으면 ‘여럿이 어울리기보다 혼자 책 읽거나 사색을 즐기는 사람’, 반으로 나눠 꼬리부터 먹으면 ‘예의 바르고 사려 깊어 주변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사람’, 반으로 나눠 머리부터 먹으면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불굴의 의지의 소유자’, 한입에 먹으면 ‘그냥 배고픈 사람’이라네요.
물론 재미로 하는 심리테스트입니다만, 붕어빵일 얼마나 우리 한국인의 삶에 깊이 녹아들어 있는 지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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