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가루로 만든 토르티야(tortilla) 칩에 녹인 치즈를 뿌리거나 과카몰레, 살라 등 소스를 찍어 먹는 나초(nacho)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음식 중 하나이다. 미국식 술집에서 간단한 술안주로 내주거나 멕시코 음식점에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씹으라고 내주는 주전부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영화관 프랜차이즈에서 팝콘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 있는 스낵이기도 하다.
멕시코에서조차 나초는 미국화된 멕시코 음식 즉 ‘텍스멕스(Tex-Mex)’로 아는 이들이 많지만, 확실하게 멕시코 땅에서 탄생한 멕시코 음식이다. 그 탄생에 미국 혹은 미국인이 매우 밀접하게 개입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1940년, 미국 텍사스와 붙어있는 멕시코 국경도시 피에드라스 네그라스(Piedras Negras)에 있는 ‘빅토리 클럽’에 미국 여성 한 무리가 들어왔다. 국경 건너편 이글 패스(Eagle Pass)에 있는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군인의 아내들이었다. 피에드라스에서 장을 보고 쇼핑을 마친 이들은 목을 축일 음료와 간단한 요기거리를 부탁했다. 이들이 왔을 때는 빅토리 클럽의 브레이크 타임이라 주방에 요리사가 없었다.
클럽 지배인 이그나시오 아나야(Anaya)씨는 음료를 내주면서 ‘손님에게 뭐라도 내들 게 없을까’ 고민하며 주방을 둘러봤다. 마침 토르티야 칩과 할라페뇨 고추 절임(피클), 치즈 등이 눈에 들어왔다. 아냐야씨는 토르티야 칩에 할라페뇨와 치즈를 뿌려 오븐에 살짝 데워 냈다. 요리사가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미국 여성들은 의외로 아나야씨가 내준 음식에 “너무 맛있다”며 열광했다. 바삭한 토르티야와 매운 할라페뇨, 고소한 치즈가 단순하지만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여성들은 “더 달라”고 요구했다. 여성들은 “나초의 스페셜 메뉴(Nacho’s Special)”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나초는 새 음식의 이름으로 굳었다. 나초(Nacho)는 스페인어권에서 이그나시오(Ignacio)를 줄여 부르는 애칭이다.
아나야씨의 나초는 빅토리 클럽의 인기 메뉴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에드라스와 이 도시가 있는 코아윌라(Coahila)의 대표 음식이 됐다. 이후 아나야씨가 이글 패스로 이주해 ‘나초스’라는 식당을 열었고, 나초는 미국에서도 인기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엄청나게 다양하고 화려한 나초 메뉴가 개발됐지만, 아나야씨가 개발한 원조 나초의 소박한 매력을 뛰어넘는 변형은 드물다. 오리지널 나초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아래 레시피와 동영상 참조하시라. 매우 쉽다.
오리지널 나초
토르티야 칩 350g, 간 콜비(Colby) 치즈 4컵, 할라페뇨 절임(피클) 1컵, 할라페뇨 절임액 2~4큰술
- 오븐을 섭씨 약 200도로 예열한다.
- 토르티야 칩을 겹치지 않게 오븐용 팬에 깔고 치즈를 고루 뿌린다.
- 할라페뇨 절임을 토르티야 칩마다 하나씩 올리고 할라페뇨 절임액을 뿌린다.
- 토르티야 칩을 5~7분, 치즈가 녹고 칩 테두리가 노릇해지도록 오븐에 굽는다.
- 완성된 나초를 뜨거울 때 바로 낸다.
*토르티야 칩은 나초 칩이라고도 부른다.
*콜비 대신 체다와 모차렐라 치즈를 섞어 써도 맛이 비슷하다. 이마저 구하기 힘들면 그냥 체다만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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