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주까지 섞은 호주 와인, 중국서 눈물 흘리는 이유’란 제목의 칼럼을 어제(17일)자 신문에 썼습니다. 중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와인에 중국 술 바이주(白酒)를 첨가한 주정강화와인(fortified wine)까지 만들며 중국 와인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호주 와인,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무려 200% 넘게 얻어 맞으며 고전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펜폴즈 그랜지./조선일보DB

칼럼을 읽은 분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코로나 이전 중국에서 어떻게 호주 와인은 성공할 수 있었나?’ 호주 와인 전체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한 호주 와인업체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 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이 호주 와인업체는 펜폴즈(Penfolds)입니다. 펜폴즈는 호주 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세계적 와인 ‘그랜지(Grange)’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펜폴즈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벌어들였습니다. 그렇다면 펜폴즈는 중국에서 뭘 잘했는가. ‘펜폴즈의 중국 성공 비결’ 3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봤습니다.

비결 1: 이름을 잘 지어라

외국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할 때는 중국어 이름을 만듭니다. 방식은 크게 2가지입니다. 가장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찾아 조합하거나, 이름에 담긴 뜻을 살려서 거기에 들어맞는 한자를 찾습니다. 발음하기 쉽고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펜폴즈의 중국 이름은 ‘벤푸(奔富·Ben Fu)’입니다. 펜폴즈와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쉽죠. 의미는 돈·부유함을 쫓는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서 돈 많이 벌어 부자 되라는 뜻이니 특히 중국 소비자에게 잘 먹힐 이름이죠.

비결 2: 빨간색을 써라

펜폴즈는 대개 흰색 라벨에 선명한 빨간색으로 ‘Penfolds’라고 대각선으로 인쇄돼 있습니다. 빨간색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입니다. 브랜드 명 뿐 아니라 와인병 입구와 목에 씌우는 캡슐도 빨강이죠.

비결 3: 입맛에 맞춰라

‘이즈 센트(Ease Scent Wine and Spirits Education)’이라는 중국 와인교육기관에서 중국 소비자 와인 취향 선호도를 설문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중국사람들은 ‘과일향 나는 와인’ ‘산도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와인’ ‘타닌이 적은 와인’ ‘풀 바디 와인’을 가장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중국인이 선호하는 와인 취향이 놀랍게도 호주 와인의 전반적인 특징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펜폴즈와는 약간 맞지 않을 수 있지만요.

게다가 제가 신문 칼럼에서 소개한 ‘로트 518’처럼, 와인에 바이주까지 첨가할 만큼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려는 적극적인 호주 와인업계의 자세가 중국 와인시장의 39%나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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