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송스님

“우리나라에서 일부 유명인들이 비건을 선언하며 마늘, 파 등을 먹을 거예요. 하지만 스님들이 먹는 사찰음식에는 이 재료가 있지 않아요. 단, 몸이 아플 때 이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는 있습니다. 고기와 생산까지 다 먹을 수 있어요. 부처님은 항상 예외를 두고 열어 두십니다. 절대적인 것은 진리밖에 없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영선사 주지 법송스님은 인터뷰에서 최근 유행하는 엄격한 채식주의(비건)와 사찰음식의 다른 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사찰음식은 수행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오신채(五辛菜)는 몸을 따듯하게 하는 음식이라서 스님이 간화선 수행을 하는 동안 오신채를 먹으면 열이 나서 상기병이 난다. 상기병이 나는 스님은 공부를 접어야 한다. 그만큼 이 오신채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이고 정력적인 음식이며 다른 음식 향을 압도할 정도로 향도 강해 수행자들에게 너무 자극적인 음식이 되어버려 사찰음식에는 오신채가 빠진다. 이 점이 비건과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오신채는 불교에서 먹지 못하는 마늘,파, 부추, 달래, 아위 등 다섯 가지 채소를 일컫는다.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을 일으켜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송 스님은 고기와 생선이 빠진 비건과 달리, 사찰음식에는 몸이 아플 때는 고기, 생선도 들어가는 예외가 있다는 점도 비건과 다른 점으로 짚었다. 이는 불교의 지범개차(持犯開遮·계율과 관련 사정이 달라지면 그 항목을 없애거나 적용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법송스님은 전통 사찰 음식에 조예가 깊었던 고(故) 성관스님에게 음식을 배웠다. 동국대, 영선사,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교육관 향적세계에서 강의하며 사찰 음식과 그 의미를 알리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법송스님은 세계 3대 요리학교로 이름난 르 꼬르동 블루 런던캠퍼스를 대상으로 한 사찰음식 정규강의를 맡아 전 세계 요리사들에게 사찰음식의 특징과 역사, 봄나물을 소개하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요리법을 알렸다.

법송스님은 쑥 버무리, 엄나무순 콩가루 된장국, 돌나물김치, 취나물, 고수전, 고수 겉절이 등 여섯 가지 사찰음식 소개와 조리법을 강의했다. 2시간 진행된 강의는 영어 순차 통역으로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됐다. 강의 후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르 꼬르동 블루 런던캠퍼스 재학생들은 사찰음식과 채식의 차이, 사찰김치 재료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했다.

법송스님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교수가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맛있는 음식 맛을 낼 수 있다는 데에 대단하다는 몸짓을 해줘서 강의하기 쉬웠다"며 "사찰 음식은 담백하면서 재료 본연의 맛에 치중한다는 취지로 강의를 진행하니까 학생들이 그 느낌을 아는 것 같더라. 학생들의 표정이 매우 진지했다. 마스크를 써서 학생들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들어 좋았다"며 강의 소감을 털어놓았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는 요즘 어떤 제철 음식이 좋을까?

법송스님은 콩국수와 수박 비빔냉면을 추천했다. "하얀 콩을 먹어야 한다"며 "검은콩은 여름에 위에 부담이 된다. 그러나 하얀 콩국은 열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하얀 콩으로 콩국수를 먹으면 시원한 느낌이 들게 된다"고 조언했다.

콩국수를 더 시원하게 먹고 싶다면 "국수 대신 우뭇가사리가 굉장히 맛있다"며 "우뭇가사리를 푹 삶아서 통에서 넣어놓으면 굳는다. 그걸 썰어서 넣은 콩국수보다 더 시원하게 없다"고 팁을 더했다.

수박 비빔냉면에 대해서는 "수박 겉껍질, 수박 물을 이용해서 수박과 참외를 채를 썰어서 넣은 다음 고춧가루 넣어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조리법을 공개했다.

법송스님은 (사)'좋은 벗들의 모임' 이사를 맡아 시민을 사찰로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독거노인을 찾아가 사찰 음식을 전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도 많은 이와 사찰 음식을 나누고 그 맛과 정신을 알리고 있다.

"사찰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사찰음식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는 법송스님은 "매년 5월과 10월 봄가을로 사찰음식 잔치를 하는데 제일 보람을 느낀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파, 마늘을 넣지 않고 100가지 음식이 나올 수 있느냐며 신기해한다. 2007년도였는데 사람들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구나리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다"며 나눔을 통해서 사찰음식의 인기를 실감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제 법송스님은 책으로 사찰음식을 알릴 계획이다. 요리책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2015년)의 저자인 법송스님은 7월에는 해조류를 주제로, 8월에는 뿌리채소를 주제로 책을 내놓는다.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와 우리나라에 땅에서 나오는 뿌리채소 위주로 책을 만드는 데 사진은 다 찍어놨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해조류를 잘 모른다. 뿌리 음식은 도라지와 더덕만 있는 줄 안다. 그래서 그런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알려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레시피를 복잡하게 않게 간단한 방법으로 했다"며 " 내가 단순한 사람이라 누구나 요리법을 따라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법송스님은 무엇보다 제철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음식은 자연을 역행하고 있어요. 계절에 맞게 봄에는 산과 들에 나는 풀들을 먹고 자라야 하고 여름에는 밭에서 나오는 야채를 먹어야 해요. 그리고 이제 가을에는 산과 들에서 나는 뿌리채소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해요. 겨울에는 해조류, 두부, 콩나물 숙주를 먹어야 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말려놨던 나물들을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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