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달고나 뽑기 장사를 25년째 하고 있는 박모씨는 “요즘처럼 바쁜 적은 없었다”며 웃었다. “밥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오징어 뭐시기(게임)에 나온 달고나다’ 하면서 하나씩 사가요. 20~30개씩 사가는 사람도 꽤 있어. 외국에 택배로 부친다고. 내 거(달고나)는 다른 데보다 두꺼워서 잘 안 깨지거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달고나 뽑기가 또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에는 달고나 만들기, 별·하트 등 모양을 깨끗하게 뽑아내는 모습을 찍는 ‘달고나 챌린지(도전)’가 유행한다. 이베이 등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재료와 도구로 구성된 달고나 세트가 ‘한국 전통 달고나 게임’이란 이름으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달고나는 한국만의 고유한 먹거리는 아니다. 캐러멜의 일종으로, 영어권에서는 허니콤 토피(honeycomb toffee)라고 부른다. 설탕에 베이킹소다를 넣고 불에 가열하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부풀어 오르는데, 이걸 달고나처럼 누르지 않고 그대로 굳히면 허니콤 토피가 된다. 자르면 그 단면이 벌집(honeycomb)처럼 미세한 구멍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달고나가 유명해진 건 작년 초 ‘달고나 커피’를 통해서다. 원래 이름은 비튼 커피(beaten coffee). 인스턴트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대략 1대1대1 비율로 섞은 뒤 젓기(beat)를 수없이 반복해 거품이 나게 만든 커피 음료다. 인도에서 많이 해먹는 방식이라 인디언 카푸치노라고도 부른다. 지난해 1월 ‘신상출시 편스토랑’ 방송에 출연한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에서 마신 커피가 달고나 같은 맛”이라고 해서 ‘달고나 커피’라 불렸고, 이것이 외국으로 역수출된 경우다.
달고나는 과거엔 뽑기라고 불렀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를 직접 만든 임창주씨는 “1980년대까지는 달고나와 뽑기가 달랐다”고 했다. 달고나는 설탕이 아닌 포도당으로 만들었다. 주사위 모양 포도당 덩어리를 베이킹소다와 함께 국자에 넣고 녹이면 걸쭉한 갈색 액체 덩어리가 된다. 이걸 젓가락으로 찍어 먹었다. 그러나 포도당은 상온에 두면 곰팡이가 생기는 문제가 있어 외면당하다 결국 사라졌다. 이후 뽑기가 달고나라는 명칭을 흡수했다.
지역별로 명칭도 다양하다. 대구·경북에선 국자, 띠기(떼기), 뽑기라 부르고, 목포에서는 띠나모띠로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꽤 많다. 제주도에서는 떼기빵, 떼기, 띠까 등이라 부른다. 부산·경남에서는 쪽자, 노카묵기(녹여 먹기), 똥과자라 부른다. 경남 마산에서는 ‘오리(五里)를 가도 떼기 어렵다’는 뜻으로 오리떼기(오리띠기)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달고나 뽑기는 성공하기 어렵다.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이 고른 우산 모양은 손잡이는 가늘고 우산살 끝은 뾰족해 특히 까다롭다고 평가된다. 이를 모르는 해외 시청자들은 게임의 난도를 과소평가해 모나리자 그림, 스타벅스 로고, 거미 모양 등 복잡한 그림을 합성한 달고나 사진을 올린다.
극중 성기훈은 달고나 뒷면에 침을 발라 뽑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지역에서 반칙으로 금지된 기술. 임창주씨는 “바늘을 불에 달궈 가장 깊게 찍힌 곳을 살살 녹이는 게 팁”이라고 했다. 숨겨둔 라이터로 바늘을 달궈 뽑기에 성공한 한미녀가 사용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