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즐비한 화려함의 상징,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그 맞은편 상가 건물 지하에는 소박한 ‘잘 아는 밥집’이 있다. 하지만 그 소박함과는 별도로, 연예인까지 소문 듣고 찾아오는 맛집이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체온 측정을 하고 출입 명부에 이름을 적는다. 손 소독을 하고 비닐장갑을 낀다. 흰색 동그란 접시를 들고 반찬을 담기 시작한다. 밥은 잡곡밥, 보리밥, 쌀밥 등 세 종류. 흑임자죽과 카레가 옆에 놓여 있다. 깨끗하게 씻은 풋고추와 가격이 올라 ‘금(金)추’라고 불리는 상추도 한가득 쌓여 있다. 내부가 다 보이는 깨끗한 오픈 주방에서 쉴 새 없이 음식을 만든다. 고사리·도라지·부추 등 신선한 채소 요리부터 갓 구운 김치전과 제육 볶음까지. 비빔밥 만들어 먹고, 상추쌈 싸 먹고, 떡볶이와 김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면, 나갈 때는 냉커피와 매실차로 입가심한다. 이렇게 먹고 내는 돈은 단돈 7000원. 인근 분식점 김밥 두 줄 가격보다도 싸다.
◇'노포 투어’에서 ‘한식 뷔페 투어’로
맛있는 ‘노포(老鋪)’를 찾아다니던 젊은 층이 한식 뷔페로 눈길을 돌렸다. 이들이 발굴한 식당은 2000년대 한식 뷔페 유행과 침체를 모두 겪고 살아남은 ‘알짜 밥집’들. 가격은 4000~8000원 선이다. 대부분 주인이 직접 요리하는 식당으로, 인건비를 줄여 가격과 맛을 모두 맞췄다. 젊은 층 트렌드가 ‘즐기자 욜로(YOLO)!’에서 ‘열심히 살자’로 바뀐 것도 ‘갓(GOD)성비 한식 뷔페 투어’가 유행하는 이유다.
한식 뷔페 성지로 꼽히는 곳은 성동구 성수동 ‘서산식당’과 강북구 번동 ‘번동식당’이다. 이 두 곳의 가격은 4000원. 김밥천국 라볶이 가격과 비슷하다.
성수역에서 걸어 6분 거리에 있는 서산식당은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와 인근 노동자들의 일터가 공존하는 곳. 최근 유튜브 등으로 MZ세대 명소가 됐지만 “단골 노동자 손님들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이모님’ 두 명이 직접 만드는 반찬은 제육볶음, 생선 튀김 등 30여 가지. 잔치국수, 딸기잼 샌드위치에 국과 찌개도 매일 두 가지씩 나온다.
서산식당이 함바집 같은 분위기라면, 강북구 번동식당은 친구 집에서 밥 먹는 분위기다. 가정집 2층에 올라가면 한쪽에는 밥이, 한쪽에는 직접 만든 반찬들이 있다. 사장님 살림집으로, 점심때만 영업을 한다. 메뉴도 멸치 볶음, 꽈리고추 볶음, 햄 야채 볶음 등 집 반찬 같다. 지역 국회의원과 국회 비서관들도 단골이라며 귀띔한다.
◇인스타그램으로 메뉴 공지도
새로 뜨는 한식 뷔페들은 젊은 층에 맞게 변신했다. 성수동에 6호점까지 생긴 ‘밥플러스’는 인스타그램으로 매일 나오는 메뉴를 공지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경남의 단골로 유명해졌다. 지방 한식 뷔페는 지역 특산 메뉴로 1시간을 운전해 찾아가게 만든다. 충북 진천의 ‘손맛한식뷔페’에는 생선회까지 있다.
여기서 한식 뷔페 고수들이 말하는 맛있게 즐기는 비법. 먼저, 입장은 11시에서 11시 30분 사이에 하기. 너무 일찍 가도, 늦게 가도 메인 메뉴가 없다.
두 번째는 앉는 자리. 구석에 앉는 건 초보자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어느 한식 뷔페나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메인 요리 2~3가지가 존재한다. 그 앞이 명당 자리다. 새로 나올 때마다 먼저 먹을 수 있다. 만약 메인 요리가 안 보인다면? 요리 접시 자리는 있는데 아직 비어있는 곳, 바로 그곳이다.
세 번째는 갓 튀긴 튀김 먹기. 어느 한식 뷔페나 탕수육, 치킨 등 튀김류가 있다.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 통 밑에 남은 튀김을 건져 먹는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갓 튀긴 튀김들이 나온다. 집에서 치킨을 배달시켜도 한 마리 1만원이 넘는 시대. 절반 가격으로 실컷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