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아랫목에서 감귤을 까먹었던 당신은 귤 맛 하나를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캠핑의 꽃은 겨울’이라며 부산한 캠핑족들에게 ‘귤 구워 먹기’는 새로운 인증 행사가 됐다.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구운 귤은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이고. 목을 타고 내려가는 달콤한 과즙은 몸을 덥힌다. 파인애플과 수박에 이어 귤도 구워 먹는 시대가 됐다.
◇구우면 달아지는 귤
일반적으로 흔히 먹는 감귤(온주밀감)은 단맛과 신맛이 균형 잡혀 있다. 이런 귤은 굽고 나면 단맛이 도드라지고 신맛은 약해진다.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관계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단맛은 체온과 비슷한 35도 정도에서 강하게 느껴진다. 또 굽는 과정에서 수분이 일부 증발하면서 이로 인해 부피당 당(糖) 밀도가 높아져 더 달게 느껴진다”고 했다. ‘귤을 굽는다니 이런 괴식(怪食)이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있다.
◇제주서는 새참으로 먹어
제주도에서는 이전부터 귤을 구워 먹었다. 김성욱(39) 제주 서귀포 감귤박물관 학예사는 “20~30년 전 겨울에 감귤 수확할 때 장작불에 고구마와 함께 구워 먹곤 했다”고 말했다. “밥하고 국 끓이는 장작불에 귤을 껍질째로 넣고 겉이 시커멓게 탈 때까지 구워서는 목장갑을 낀 채로 까먹었다. 그 당시 귤 수확해본 제주 사람은 구운 귤을 다 먹어봤을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일하다가 언 몸을 귤로 녹였지만, 요즘은 캠핑족이 겨울 캠핑을 즐기다 뜨끈한 귤을 찾는다. 최근 겨울 캠핑을 다녀온 김동현(41)씨는 “캠프파이어를 보며 불멍을 하다가 몸이 추워지면 장작불에 구운 귤을 까먹었다”고 했다. 코로나 유행으로 캠핑 인구가 급증했고, 겨울철에도 주요 캠핑 장소는 주말이면 꽉 찰 정도로 영하 강추위 속 겨울 캠핑이 유행하면서 최근 귤 구워 먹기는 함께 트렌드가 됐다. 특히 일반 밀감보다 사이즈가 큰 한라봉·천혜향·레드향은 수분이 많아 유자차를 마시듯 따뜻한 과즙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굽는다
흔히 먹는 밀감(사이즈 2S, S, M)은 160도로 맞춘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10분 정도 껍질째로 구워주면 된다. 껍질이 타는 게 싫으면 쿠킹포일로 가볍게 싸주면 된다. 수분이 풍부한 과육은 어지간해서는 타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전자레인지에 20~30초 정도 돌려먹으면 간편하다.
캠핑장에서는 석쇠 위에 직화로 굽거나, 쿠킹포일에 싸서 장작이나 숯 더미에 올려둬도 된다. 군고구마 굽듯 넣고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귤 껍질이 과하게 타면 바스러지면서 껍질을 깔 수 없게 된다. 적당히 구워 꺼내 먹어야 한다.
손은 더 가지만 과학적으로는 귤을 이렇게 구우면 더 맛있다. 수평으로 반을 잘라 프라이팬 등에 과육 일부가 갈색이 될 때까지 지져 먹는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이렇게 구우면 과육 속 당분이 캐러멜화(化)한다”며 “설탕을 달고나로 만들면 맛과 향이 더 진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