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 올리오는 마늘, 기름, 고추, 파스타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는 파스타다. 한국에서는 2010년 드라마 ‘파스타’ 이후 본격적으로 알려졌다는 게 다수 설이다. 토마토와 크림으로 양분됐던 국내 파스타 지형에 오일 파스타라는 ‘제3지대’를 확립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흔한 집밥이자 야식 메뉴라 레스토랑 메뉴판에는 올라오지도 않고, 요리 학교에서 레시피를 가르쳐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식당에서는 1만원이 훌쩍 넘고, 레토르트 소스까지 팔린다.
진짜 본토 맛은 뭘까.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미슐랭 2스타 식당에서 일하며 구독자 15만명 유튜브 ‘김밀란’ 채널을 통해 정통 이탈리아 맛을 알리고 있는 김밀란(본명 김민석·35) 셰프를 12일 만나 정통 레시피를 물었다. 5년 동안 한국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일했고, 유명 이탈리아 요리 학교 알마 유학 이후로는 7년째 이탈리아 현지에서 요리하고 있다. 책 ‘김밀란 파스타’(다산라이프) 출간에 맞춰 3년 만에 귀국했다. 김밀란 인터뷰 “이탈리아에선 파스타에 피클이 따라나오지 않죠”
◇K알리오 올리오는 ‘투 머치’
정식 명칭 ‘스파게티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는 한국 간장기름밥처럼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한국 알리오 올리오는 본토 레시피와는 멀어졌다. 모든 것이 과잉이라 ‘K알리오 올리오’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다. 마늘의 민족답게 마늘이 늘었다. 본토에서는 1인분에 1~2쪽이면 충분한데, 한국에서는 마늘 수십 쪽을 갈아서 넣고 편으로 썰어 넣고 튀겨서 마무리로 얹는다. 방울토마토, 새우, 베이컨, 치즈 같은 부재료를 넣고, 시판 맛소금·굴소스·닭 육수 같은 조미료도 추가한다. MSG가 입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맛이지만, 그만큼 원조 맛과는 멀어졌다.
김밀란 셰프는 “알리오 올리오는 파스타 맛 자체를 즐기는 음식”이라며 “마늘 향은 은은하게 나는 정도면 된다”고 했다. 마늘 맛이 아닌 면의 고소함과 감칠맛을 느껴보라는 것. 고명과 육수보다는 면 자체를 즐기는 일본 우동처럼 먹어보라는 권유다.
◇물과 기름을 섞어라
한국에서 알리오 올리오는 사람들이 가장 조리법을 궁금해하는 파스타 메뉴 중 하나다. 음식 유튜버라면 한 번쯤은 꼭 거쳐 가는 아이템일 정도다. 그 격전지에서 김밀란은 남다른 정보로 한국 가정집 셰프들에게 어필했다. 바로 물과 기름을 섞는 ‘만테카레’(유화·乳化)다. 만테카레는 사 먹는 파스타와 집 파스타의 완성도를 가르는 핵심 기술이지만, 대부분 조리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갔다.
알리오 올리오에서 물은 파스타를 삶을 면수, 기름은 마늘 향 머금은 올리브유다. 기름과 면수가 따로 놀면 실패다. 팬에 마늘 향을 입힌 올리브유에 삶은 파스타와 면수를 넣고 휘젓는다. 과격한 비유지만, 날계란을 풀어 계란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동작이다. 따로 놀던 면수와 올리브유는 크림 같은 점도가 생기며 소스로 탈바꿈한다. 이를 위해 파스타는 봉지에 적힌 조리 시간보다 3~4분 일찍 건져 나머지 시간은 팬에서 면수와 함께 끓인다. 파스타 면에서 전분이 충분히 빠져나와야 유화가 쉽기 때문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는 대신 천일염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물 1L에 소금 10g를 넣어 파스타를 삶는다. 면을 넣기 전에 소금물 맛을 보면 살짝 간간한 느낌이 난다. 김 셰프는 “소금을 넣어야 면이 탄탄해지고, 밀가루 풋내가 잡힌다”며 “면은 더 고소한 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일하는 미슐랭 2스타 식당에서 쓴다는 수입 올리브유와 파스타를 들고 왔다. 재료비는 1인분에 3000원 수준. 대중적인 파스타 면과 올리브유를 쓰면 단가는 1500원 아래로도 떨어진다. 몸을 좀 쓰고 요령이 붙으면 집에서 본토의 맛이 펼쳐진다.
김밀란 셰프의 정통 알리오 올리오 레시피 -1인분 기준
1 마늘 한 쪽을 칼로 잘게 다진다.
2 물 1L에 천일염 10g을 넣어 파스타를 삶는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 테이블 스푼 정도 두르고 마늘을 넣어 볶는다.
4 마늘이 지글거리면 페페론치노 1~2개를 넣고 불에서 내린다.
5 팬에 파스타와 면수 200㎖를 옮겨담고 마저 익힌다.
6 중약불에서 팬을 흔들고 면을 휘저어 소스가 끈적해지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