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다동 '충무집'의 도다리쑥국(앞)과 멍게밥.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김진영(51)씨는 스타 셰프들도 “식재료라면 나보다 더 잘 안다”고 인정하는 식품 MD(상품기획자·51)다. 1995년 서울 강남 뉴코아백화점을 시작으로 ‘초록마을’ ‘쿠팡’ 등에서 식품 구매·기획을 27년째 해왔다. 김 MD는 전국 오일장 70여 곳을 모아 소개한 여행서 ‘오는 날이 장날입니다’와 ‘가는 날이 제철입니다’(상상출판)를 최근 펴냈다. 그는 “지난 3년간 오일장을 매달 2곳씩 찾고 있다”고 했다. 전국 어디서 어떤 식재료가 언제 나오는지 손바닥처럼 꿰고 있는 그가 왜 굳이 오일장을 찾아 다닐까. “계절을 느끼고 현지 생산자를 만나는 데 오일장만 한 곳은 없죠.”

김 MD는 “식당을 찾을 때도 재료 중심으로 고르는 게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라며 웃었다. “반찬 많은 한정식집은 좋아하지 않아요. 내주기 위한 반찬은 적고 보이기 위한 반찬이 대부분인지라. 모든 공력을 메인이 되는 음식에 집중하는 식당을 주로 찾지요.” 그가 단골로 찾는 서울과 수도권 식당 4곳을 꼽았다.

충무집

“주로 겨울에만 찾는 집인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계절 중 겨울에 맛으로 빛나는 식당이기 때문이죠. 봄부터 가을까지 사라졌다가 겨울에 나타나면 일하는 분들이 ‘오랜만이네요’ 인사를 건넬 정도로요(웃음). 모둠회로 시작해 사장님이 추천하는 걸로 아무 거나 먹어요. 지난주 모둠회 먹다가 사장님이 추천한 가자미 구이를 먹었어요. 대구회도 가끔 먹고요. 잡어회 중에선 겨울에 먹는 밀치(숭어)회를 가장 좋아합니다.”

해산물을 중심으로 음식 문화가 풍성하게 발달한 통영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이름 높다. 배진호 사장이 추천하는 지금 맛봐야 할 음식은 도다리쑥국이다. 그는 “올해는 쑥이 늦게 나와 이번 주부터 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눈을 뚫고 올라온 여린 해쑥이 도다리를 넣고 끓인 맑은 국물 속에서 피워내는 봄내음이 화사하게 향긋하다. 멍게밥과의 궁합도 끝내준다.

도다리쑥국 2만2000원, 도다리쑥국+멍게밥 2만7000원, 대구탕 1만8000원, 가자미구이 3만5000원, 잡어회 8만·10만원. 서울 중구 을지로3길 30-14, 010-2019-4088

옥동식

“개업 전 개발 중이던 돼지곰탕을 제가 아닌 저의 딸 윤희에게 시식을 부탁했던 식당이라 더 애정 가는 식당입니다. 국밥집들은 보통 밥맛에는 신경 쓰지 않지만, 이 집은 개업할 때부터 밥을 공들여 짓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김 MD는 버크셔K 흑돼지를 스타 요리사들에게 소개해 유명하게 만든 주역이다. 서울 서교동 ‘옥동식’ 오너셰프 옥동식씨는 김 MD가 가장 먼저 버크셔K를 알려준 요리사 중 하나다. 옥 셰프는 버크셔K 돼지고기를 이용해 한우로 끓인 곰탕 뺨치게 맑으면서도 깊은 국물을 우려냈고, 경상도 돼지국밥과는 전혀 다른 돼지곰탕을 개발해냈다.

돼지곰탕 9000·1만4000원, 잔술 2000원. 서울 마포구 양화로7길 44-10, 010-5571-9915

덕화원

“가기로 한 순간부터 결정장애가 발생합니다. 짬뽕과 짜장면 사이에서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중식당이에요. 짬뽕은 화려함은 없어도 ‘나는 짬뽕이다’를 먹는 순간 알려주고, 짜장면도 훌륭하지만 간짜장을 강추합니다. 수도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간짜장을 주문하면 달걀 프라이를 올려줘요. 탕수육은 디폴트(기본)로 주문해야 하고요. 혼자 말고 둘 이상이 꼭 가야 하는 곳입니다.”

인천 부평 조용한 골목에 숨듯 자리잡은 노포(老鋪) 중식당이다. 붉은 비단끈 달린 검은 목판에 노란색 페인트로 ‘德華園’이라고 세로로 쓴 낡은 간판과 손으로 가격을 적은 ‘음식요금표’가 역사를 대변해준다. 작고 허름하지만 맛만큼은 명성을 배신하지 않는다. 직접 빚은 ‘두부 춘장’으로 만드는 간짜장은 구수한 풍미가 일품이다. 배추 물을 넣은 반죽 옷을 입혀 튀겨낸 탕수육은 맑고 투명한 소스 속에서 다 먹을 때까지 바삭함을 잃지 않는다.

짜장면 5000원, 간짜장 6000원, 짬뽕 6000원, 탕수육 2만원. 인천 부평구 원적로315번길 29-1, (032)502-7259

강화소루지갯벌장어양식장1호점

“민물 장어는 9월에 먹어야 제일 맛나다는 걸 알려준 곳입니다. 전북 고창에서 장어를 들여와 갯벌을 막아 만든 둑에 가두고 키워냅니다. 그사이 지방은 빠지고 단백질 함량은 높아져요. 그래서 장어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죠.”

민물 장어를 오로지 맛에 집중해 양껏 비싸지 않게 먹고픈 분들에게 추천한다. 무김치·장아찌를 빼면 반찬이 거의 없다. 공깃밥도 없다. 밥 먹고 싶으면 즉석 밥을 주문해야 한다. 김 MD는 “밥에 대해 진심이기에 밥공기에서 숨 죽은 밥보다 즉석 밥이 백만 배 더 맛나다”고 했다. 컵라면도 있다.

갯벌장어 3만7000원(500g), 즉석밥·컵라면 각 2000원. 인천 강화군 양도면 건평로 204, (0507)1402-4236

김진영 식품MD가 펴낸 '가는 날이 제철입니다'./상상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