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먹고 마시면서 10kg 뺐다고? 그리고 그걸 유지하고 있다고?”
이정윤(34) ‘다이닝 미디어 아시아’ 대표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본인의 경험을 지난해 책으로 펴냈을 때, 외식 업계에선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국내외 다양한 매체에 음식점·미식 관련 글을 쓰고 F&B(식음) 행사 기획, 기업 브랜딩 자문 등 그의 업무 특성상 음식을 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출의 계절을 앞두고 더욱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요즘, 비법을 듣기 위해 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일주일에 3회 이상 레스토랑에서 풀코스로 먹고 와인을 마시지만 다이어트로 조절한 체중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체중을 얼마나 감량했나.
“다이어트에 돌입한 지 4개월 만에 10.3kg 뺐다. 이 중 체지방이 9.5kg으로, 대부분 지방이 빠졌으니 매우 건강한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이후 3kg 도로 찐 체중 52kg을 지금까지 1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2018년과 2020년 2번의 출산을 거치면서 체중이 많이 늘었다. 당시 키 170cm에 약 60kg으로, 체질량지수를 단순 산정하면 정상 체중이었다. 겉모습만 보고 뚱뚱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국내 모 패션 브랜드 매장에 바지를 사러 갔는데, 가장 큰 사이즈의 바지 단추가 채워지지 않았다. 결국 해외 브랜드의 빅 사이즈 옷을 구매하러 갔다. 허리 36인치(약 90cm)를 사야 편했다. 건강검진 결과 체지방률 30% 정도로 이른바 ‘마른 비만’이었다. 공복 혈당 수치도 높았다. 대사증후군 위험 상태이자 당뇨병 고위험군이었다.”
-책 서문에 ‘즐겁고 지속 가능하며 오랫동안 삶에서 실천할 수 있어 결국 요요 현상 없이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썼던데.
“단순히 한번 마른 몸이 되어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몸무게 80kg에서 2달간 이 악물고 굶어서 48kg으로 뺀 뒤, 한 달 만에 82kg이 된다면 쓸데없는 고생만 한 거다. 황당하지만 너무나 흔한 경우 아닌가.”
-’아무리 적게 먹어도 살이 안 빠진다’는 이들이 많다.
“‘글쎄요, ‘당신은 적게 먹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양을 과소평가한다. 미국 한 연구에서 비만 환자들에게 하루 1000kcal 내외를 섭취한 뒤 스스로 통제하도록 한 결과, 모두 1000kcal 가이드를 지켰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평균 섭취량은 2400kcal 내외였다. 식사량을 정확히 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입에 넣는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기’다. 혼자만 보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서 먹은 음식을 찍어 올리면 본인의 식습관과 횟수, 식사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초격차 다이어트 10계명1. 체중이 아닌 체지방을 체크하세요2. 배부른 다이어트를 하세요3. 잠은 충분히 자도록 하세요4. 고강도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함께 하세요5. 최소 3개월은 다이어트에 집중하세요6. ‘탄수화물 100g, 단백질 100g, 채소는 충분히’ 공식을 지키세요7. 양념을 현명하게 이용해 맛있는 식단을 즐기세요8. 똑똑한 치팅을 하세요9. 다이어트 약과 시술, 제품에 의존하지 마세요10. 초격차 식단과 운동을 일상이 되게 하세요
-본인이 찾아낸 다이어트 방식을 ‘초격차 다이어트’라고 이름 붙였는데.
“제가 과거 삼성인(人)이었다. 거기서 일할 당시 ‘초격차’라는 말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책을 쓰고 제목을 고민하는데 ‘초격차’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초격차 다이어트’라고 이름 붙이면 어떤 다이어트인지 느낌이 딱 전달되는 듯해 정했다.”
-그래서 어떻게 살을 뺐나.
“처음엔 밥 ,그러니까 탄수화물만 안 먹으면 살이 빠질 줄 알았다. 그런데 헬스 트레이너가 내 식단 사진을 보더니 ‘탄수화물 안 먹으면 오히려 살이 안 빠진다’고 했다. 살 빼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각종 전문 서적과 논문,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다. 다양한 정보를 많이 들여다보니 차츰 원리 원칙이 보였다.”
-’초격차 다이어트 10계명’ 중 제6계명이 ‘탄수화물 100g, 단백질 100g, 채소는 충분히’더라.
“한국인은 대부분 탄수화물을 충분히 혹은 과다하게 섭취한다. 식사에서 탄수화물 양을 줄이는 건 좋다. 하지만 너무 줄이면 오히려 체지방 연소에 악영향을 준다. 주변에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거부하는 친구가 있다. 샐러드와 함께 나오는 빵 한 조각이나 삶은 통곡물조차 빼달라고 할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렇게 식사하고 나서 ‘기운 없고 우울하다’ ‘일에 집중할 수 없다’며 케이크나 쿠키 등을 먹는다. 그리고 ‘또 군것질했다’며 자책한다. 최악의 악순환이다. 또 탄수화물은 지방 분해 과정에서 필요하다. 지방을 태우려면 불씨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탄수화물(피루브산)이 담당한다.”
-유행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효과가 낮다고 썼다.
“흔히 저탄고지라고 하는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의 핵심은 ‘저탄수화물 고지방’이다. 탄수화물 대신 엄선된 양질의 지방을 섭취해 체내 에너지 소비 방식을 바꿈으로써 살을 빼자는 것이다.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기를 배 터지도록 먹으며 살이 빠지기를 기대한다. 며칠 고기 잔뜩 먹으면서 ‘탄수화물을 안 먹었으니 살이 안 찔 것’이라 생각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그건 그냥 며칠간 꽃등심, 삼겹살, 회를 포식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저탄고지는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힘들다.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고 단백질 양도 많이 늘리지 않으며 지방 위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굉장히 드물다.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 섭취를 급격히 늘리면 체감할 정도로 운동 능력이 줄어들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피로해진다.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등이 동반된다. 구취도 심해진다. 심장병, 동맥경화 위험성이 상승하며 대장암 유병률도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염·무염식의 다이어트 효과는 일시적이라고.
“3일만 무염식 해도 몸무게는 줄어든다. 하지만 체지방량과 상관없이 단순히 체내 수분량이 줄어든 것이라 다시 염분 섭취하면 돌아오는 허상의 몸무게일 뿐이다. 나트륨은 다소 적게 느껴질 만큼 적정량을 섭취하며 운동과 전체적인 식단 조절을 통해 체지방을 감량하는 게 좋다.”
-’그 어떤 다이어트 보조제나 제품으로도 체지방 감량에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는데.
“붙이고 있으면 운동 된다는 근육 마사지기? 누워 있는데 살 빼주는 상품은 세상에 없다. 가만 앉아 있고, 기계가 운동 시켜주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공짜는 없다. 다이어트 보조제는 별다른 영양가가 없고,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심한 요요 현상을 오게 하는 초저칼로리, 절식 다이어트와 다를 바 없다. 돈은 돈대로 버리고, 배고픔 참느라 고생하고, 결국 더 쉽게 살찌는 체질로 변해간다.”
-그럼 어떻게 해야 체중. 더 정확하게는 체지방이 빠질까.
“몸의 크기를 줄이는 건 식단이고, 몸에 탄력을 불어넣는 건 운동이다. 체지방을 감량하려면 맛있고 배부르게 먹어야 한다. ‘초격차 식단 비율’을 제시했지만 일부러 계산해 챙겨 먹을 필요 없다. 한 끼에 ‘탄수화물과 단백질 각 100g, 채소는 마음껏 배부르게’만 따르면 된다. 지방은 음식에 함유된 지방질을 자연스럽게 섭취하면 된다. 전자 저울이 하나 있으면 식단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격차 식단’은 자연식을 지향한다. 칼로리가 똑같더라도, 복잡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식재료가 몸에 더 이롭다. 예를 들어 콩고기나 대체육보다는 삶은 콩이나 두부를 권한다.”
-운동은 어떻게 했나.
“지방 연소를 위해서는 중강도의 지속적 유산소 운동이 필수지만, 효율을 높이려면 짧게라도 고강도 전신 운동을 선행하는 것이 좋다. 매번 2시간 이상 운동할 수 있다면 ‘웨이트 트레이닝(5가지 운동 5세트씩) 50분 이상+유산소 운동(가벼운 러닝이나 오르막길 걷기 등) 30분~1시간’을, 매번 1시간 운동할 수 있는 경우라면 ‘고강도 전신 운동(케틀벨 스윙·백스쿼트·레그프레스 등) 10~15분+고강도 유산소 운동(러닝머신 인터벌 러닝 10분 후 빠른 걷기 등) 30분 이상’을 추천한다.
-치팅데이(cheating day) 음식으로 ‘스시 오마카세’를 추천해 놀랐다.
“먼저 치팅데이를 정확히 알려주고 싶다. 치팅이란 원래 보디빌딩, 마라톤 선수들이 혹독한 식단 속에서 양질의 탄수화물을 보충해 근육 속 저장된 글리코겐 양을 늘리는 방법이다. 체중 감량 과정 속에서도 ‘걱정 마, 탄수화물이 고갈돼 죽을 일 없으니 몸의 신진대사를 그대로 유지해!’라고 우리 몸을 치팅하는(속이는) 거다. 제대로 된 치팅은 단백질이나 지방 등 아무 음식이나 맘껏 먹어도 괜찮은 게 아닌, 양질의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는 것이다. 스시는 탄수화물 비중이 매우 높다. 그리고 생선 살과 쌀밥, 즉 단백질과 탄수화물로 재료가 단순하다. 영양 성분을 파악하기 어려운 양념도 거의 없다. 영양 성분을 파악하기 쉬운 단순한 음식을 선택하면 앞뒤 식단 조절하기가 훨씬 쉽다. 스시 먹기 전후 끼니를 느슨한 저탄수화물로 진행하면 다이어트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고, 따라서 스트레스도 훨씬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