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공식 만찬 테이블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된 와인이 함께 오른다. 만찬주로 낙점된 국산 와인은 경북 문경에서 오미자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 1종, 미국산 와인은 한국인 소유의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바소 2017년산’과 미국산 화이트와인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 등 2종이다.
바소는 한국인이 설립한 최초의 나파밸리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만드는 레드와인이다. 다나가 생산하는 레드와인은 ‘온다’ ‘바소’ ‘다나’ 3종으로, 이 중 다나는 세계적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한 번도 힘든 100점 만점을 두 번이나 받으며 단숨에 최고급 컬트 와인(cult wine)에 등극했다. 컬트 와인이란 놀랄 만한 맛과 구하기 힘들 만큼 적은 생산량으로 열광적인 추종자를 거느린 와인을 뜻한다.
와인 라벨에는 과거 백자 달항아리가 인쇄돼 있었으나, 2014년부터 연꽃 문양으로 교체됐다. 소유주의 깊은 불심(佛心)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과 그의 사위이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삼남인 전재만씨가 운영한다. 일반 소비자가는 20만원대 후반에서 30만원대 중반이다.
‘오미로제 결’은 ‘대한민국 1호 위스키 마스터블렌더’이자 국내 최고 주류 전문가인 이종기씨가 만든다. 이씨는 2008년 문경에 양조장 ‘오미나라’를 설립해 2011년부터 오미로제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만찬주로 선택된 ‘오미로제 결’은 오미나라에서 생산하는 오미자 와인 4가지 중 최상급으로 소매가는 10만원대이다.
이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구입 가능한 모든 원료로 술을 빚어봤다”며 “오미자는 한반도가 원산지인 과일로 매력적인 색조와 상큼한 신맛, 은근한 단맛, 쓴맛과 매운맛의 허브향, 간간한 짠맛까지 지닌 천혜의 양조용 재료”라고 했다.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Chateau Montelena Chardonnay)’는 바소와 마찬가지로 나파밸리에서 생산되는 화이트와인이다. 1882년 설립돼 나파밸리에서 가장 유서 깊은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히는 샤토 몬텔레나에서 생산하는 20만원대 고급 화이트와인으로, ‘파리의 심판’ 사건으로 명성을 얻었다.
파리의 심판은 197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와인 시음 행사. 미국 나파밸리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각 6종과 프랑스 보르도 레드와인과 부르고뉴 화이트와인 각 4종을 라벨을 가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으로 비교했다. 세계를 제패하던 프랑스 와인이 당연히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예상을 뒤엎고 미국산 와인이 레드와 화이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때 1위에 오른 화이트와인이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였다. 행사는 시사주간지 ‘타임’을 통해 알려졌고, 세계 와인업계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이번 만찬주로 선정된 세 와인은 ‘한국인이 미국인에서 생산하는 와인’, ‘한국이 원산지인 원료로 만든 와인’, ‘손님인 미국의 와인을 세계에 알린 주역’이란 점에서 적절해 보이며, 국빈 만찬에 반드시 ‘신토불이’ 전통주를 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여유가 느껴지는 선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