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상하이최선생'의 마파두부, 줄기콩볶음, 중국식 찜닭(앞에서부터).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 그리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이게 제 모토예요(웃음).”

강지영(55)씨는 국내에서 ‘음식 칼럼니스트’ ‘음식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최초로 달고 활동한 사람 중 하나다. 영국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한 강씨는 미식이 트렌드로 떠오르기 한참 전인 1990년대 말 남편 앤디 새먼씨와 함께 영자지에 맛집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2002년에는 서울 맛집 가이드북 ‘나는 서울이 맛있다’를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냈다.

강씨는 “지난 30여 년간 케이터링, 레스토랑 컨설팅 등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가장 꾸준하게 열정을 가지고 해온 건 미식 강의”라고 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알고 먹느냐 모르고 먹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의 경험일 수 있어요. 한 수강생은 ‘강의를 듣기 전 체코 출장을 갔을 땐 음식이 별로더니, 듣고 나서 다시 출장 가서 먹은 체코 음식은 환상적이더라’며 놀라워하더라고요.”

강씨는 2018년부터 ‘강지영미식아카데미(강미아)’를 설립해 세계 음식 문화와 먹거리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왔다. 수업은 3시간에 걸쳐 프랑스·이탈리아·일본·중국 등의 식문화 수업을 들은 다음 해당 음식점에서 시식하며 끝난다. 강씨에게 수강생들을 데려가는 세계 맛집 중 4곳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상하이최선생: 담백하고 건강한 중식의 맛

“화교 최욱패 대표의 어머니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주방을 지키는 중국 가정식 식당 겸 반찬가게예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튀기거나 볶는 중국음식이 아닌, 담백하고 건강한 중식을 내요. 강미아 수강생들을 데려가면 ‘이런 중식도 있었느냐’며 깜짝들 놀라요.”

한국인이 매일 집에서 갈비와 불고기를 먹지 않듯, 중국인도 가정식으로 기름진 요리만 먹지 않는다. 백숙처럼 별다른 양념 없이 찌되 차갑게 먹는 찜닭(白切鷄), 칼로 자르지 않고 방망이로 두드려 울퉁불퉁하게 쪼개진 오이를 매콤하게 무친 오이 냉채, 삼치·황석어 등 생선살을 넣어 빚은 산둥성(山東省) 동부 해안 지역 만두 등 최 대표가 집에서 먹는 가정식을 예약제로 운영하는 식당에서 내거나 옆에 붙어있는 반찬가게에서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한다. 음식 가짓수와 종류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짜장 소스와 오래 푹 끓인 보양탕은 언제나 있다.

짜장 소스 1만원(300g), 수제 만두 1만2000~1만5000원(12개), 찜닭 5만원(1마리).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22길 108, (02)3477-1260

옥천냉면 황해식당 본점: ‘동그랑땡’도 맛나요

“보통 냉면은 평양식 물냉면과 함흥식 비빔냉면만 알려져 있잖아요. 여기는 황해도 해주식 물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다소 두꺼운 면을 사용하고, 직접 내린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게 특징이죠. 갈 때마다 새롭게 배울 점이 있어서 자주 찾는 단골집입니다.”

황해도 해주시와 인접한 금천군에서 냉면집을 하던 창업주가 월남해 1952년 개업했다. 평양식보다 굵고 찰기가 있는 면발에 돼지육수를 쓴다. ‘동그랑땡’이라고 흔히 부르는 완자가 냉면만큼 인기다. 냉면(물·비빔) 1만2000원, 완자·편육 2만4000원. 경기 양평군 옥천면 고읍로 140, (031)772-9693

파올로데마리아: 이탈리아 본토 맛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식당입니다. 전형적인 이탈리아 셰프의 고집과 정통을 파스타를 비롯 모든 음식에 담아내요. 제대로 된 파스타를 먹어 보면서 공부하기 최적의 식당입니다. 연희동으로 옮기면서 샤퀴테리(햄·소시지 등 가공육)를 직접 만들어 파는 델리샵도 운영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한국에서 이탈리아 음식의 진수를 선보여온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가 운영하는 음식문화공간. 서빙용 카트(손수레)에 가득 실려 나와 원하는 대로 골라먹는 티라미수, 젤라토 등 각종 이탈리아 디저트가 특히 인기다. 아무리 독하게 다이어트를 결심했더라도 이 달콤한 유혹에 무너지지 않기란 쉽지 않다.

레몬 크림 새우 생면 파스타 3만원, 모둠 살라미 3만9000원.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6길 24, (02)599-9936·(010)7293-9936

마담타이: 태국 엄마 집밥 같은 맛

“태국 음식과 향신료, 허브를 20여 년간 연구해온 백지원 선생님이 지난해 서울 가로수길에 마련한 레스토랑이에요. 국내 동남아 음식점은 물론이고 동남아 현지에서도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들은 대기업 배합 양념 제품을 사다가 요리하지만, 백 선생님은 원재료를 고집합니다. 태국 엄마가 가족을 위해 요리한 음식처럼 사랑과 정성이 느껴져요.”

태국 현지에 가서도 만나기 힘든 태국 가정식을 낸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주 재료의 맛을 살리는 양념의 배합과 균형이 오랫동안 음식을 연구해온 이가 만드는 음식답다.

마담 팟타이 1만3000원, 마담 커리 2만2800원, 마담 똠얌꿍 1만8800원. 서울 강남구 논현로151길 55 호경빌딩 2F, (02)549-7727

강지영 음식평론가 겸 강지영미식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