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카레’ 오너셰프 김민지(사진)씨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카레를 ‘향신료 카레’라고 부른다. 그는 “시판 가루나 덩어리 제품으로 만드는 카레가 아닌, 클로브(정향)·카르다몸·커민·고수·갈랑가 등 천연 향신료와 허브를 직접 배합해 만드는 카레임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 인도·태국·스리랑카·일본 등 여러 국가와 지역 카레에 자신만의 향신료 배합을 더해 ‘카레는 집에서 언제든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노란 빛깔 음식’이란 편견을 깨며 손님들을 줄 세우는 인기 맛집이 됐다. ‘열두 달 향신료 카레’(세미콜론)를 최근 펴낸 김 셰프는 “향신료는 카레뿐 아니라 샌드위치·디저트·차 등 다양한 음식과 음료로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셰프에게 그가 즐겨 찾는 향신료 맛집 4곳을 소개받았다.
미아논나: 향신료로 특별해진 샌드위치
“성수동으로 옮기기 전 망원동에 있을 때부터 단골이었어요. 정식으로 식당을 열기 전 팝업 행사로 카레를 팔았던 곳도 여기고요. 샌드위치라고 하면 보통 특별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이곳 샌드위치는 달라요. 바게트 빵에 후무스(humus), 당근 라페, 페타 치즈, 고수가 올라간 ‘후무스 캐롯’ 샌드위치가 아주 맛있어요. 향신료가 들어간 음료도 있어요. 고수와 딜은 같이 먹으면 맛있는데요, 이곳 ‘래플럼’은 탄산수에 고수와 딜, 라벤더, 매실청을 넣어 만들어요.”
후무스는 병아리콩과 타히니,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 마늘 등을 곱게 으깬 소스로 중동 음식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라페는 당근을 길고 가늘게 썰어 새콤하게 절인 피클의 일종이다. 직접 구운 곡물 식빵에 구운 가지와 살라미, 토마토, 하바티 치즈를 넣고 파니니 그릴에 지진 ‘베리(Very) 이탈리안’도 인기다.
후무스 캐롯 1만2000원, 가지 프로슈토 바게트 1만1000원, 래플럼 6500원. 서울 성동구 연무장5길 9-16 블루스톤타워 104호, (0507)1442-0132
메종엠오: 향신료로 악센트 준 디저트
“우리나라 사람들이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향신료를 강하게 쓴 디저트가 오픈 초부터 있었어요. 핑크페퍼나 카르다몸, 클로브 같은 향신료로 악센트를 주는 디저트가 많고, 크림도 레몬그라스로 향을 내는 식으로 향신료나 허브를 잘 활용하지요.”
마들렌 등 구운 과자로 유명하지만,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가 훌륭하다. 김 셰프가 좋아하는 디저트로는 ‘바바’가 있다. 브리오슈라는 빵을 사탕수수 증류주 럼에 적셔 크림을 올리는 디저트인데, 메종엠오에선 볶지 않아 분홍빛이 도는 핑크페퍼를 몇 알 올린다. 레몬그라스 향을 더한 크림은 파인애플로 만드는 타르트 ‘타탕’에 사용된다. 디저트는 계절이나 재료 수급 여부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본점은 오는 20일까지 휴가로 문 열지 않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분점은 백화점 정기 휴무일 닫는다.
마들렌·피낭시에 각 3,000원, 카눌레 3500원. 서울 서초구 방배로26길 22 1층, (070)4100-3335
올레무스: 정향 호지차와 먹기 아까운 몽블랑
“디저트와 음료에 향신료와 허브를 잘 활용하는 가게예요. 클로브가 들어간 호지차(焙じ茶)가 있는데, 디저트에 꼭 곁들여보시길 추천합니다. 볶은 찻잎을 우린 호지차 특유의 구수한 맛에 클로브를 더하면 따뜻하게 마셔도 입안에서 시원하면서 개운해요. 디저트는 철마다 한정 판매하는데, 무화과 잎으로 오일 만들고 파슬리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독특한 조합의 ‘무화과 멜바’를 좋아해요. 가을 접어들면 나오는데, 엄청 인기라 줄 서서 먹어요. 카르다몸을 듬뿍 갈아 올려주는 ‘딸기 타르트’도 맛있고요.”
대표 디저트는 새 둥지를 연상케 하는 ‘몽블랑’. 흰자를 거품 내 바삭하고 가볍게 구운 머랭에 밤, 치자, 딜, 바닐라 무스를 새 둥지 모양으로 올린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지만, 달콤쌉싸름하면서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한 번 맛보면 멈추기 힘들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디저트와 차 풍미를 느끼기에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 커피는 팔지 않는다.
모나카 아이스크림 5500원, 몽블랑 7500원, 호지 정향·훈연차 각 6000원.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5길 58 1층, (02)322-2743
사직동 그 가게: 정통 인도식 차이와 티베트 허브티
“제 가게를 열기 전 처음 일한 식당인데요, 카레의 매력보단 카레 만들기가 얼마나 고된지 처음 경험한 것 같아요. ‘다시는 이런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하고 있네요(웃음).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카레가 몇 년 전만 해도 흔치 않았는데, 여기서 맛볼 수 있었죠. 제대로 만든 인도식 밀크티 짜이(차이)도 있고요. 두부 카레를 가장 좋아해요.”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카레와 인도식 팬케이크 도사, 차이, 라시를 맛볼 수 있다. 라시는 인도식 단단한 요구르트에 물을 섞은 음료인데, 이곳 ‘소금 라시’는 라시를 얼렸다가 두드려서 사각사각 빙수처럼 씹히는 식감이 독특한 데다 달지 않고 간간한 맛이 오히려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줘 후식으로 추천한다. 티베트 난민을 돕는 NGO단체에서 운영하는 식당. 티베트 난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옆에 붙어 있다.
치킨 커리 1만원, 두부 커리 1만1000원, 소금 라시 6000원, 차이 4000원, 티베트 허브티 5000원.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18, (070)4045-6331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