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7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선택했다.
13일 발표된 레스토랑 평가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7년 내내 단 두 곳이었던 3스타 식당 ‘가온’(광주요 운영)과 ‘라연’(신라호텔 운영) 가운데 ‘라연’이 2스타로 내려앉은 것. 대신 CJ 그룹 계열인 ‘모수’가 새로운 3스타 식당으로 탄생했다. 평가를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이후 최고 평가 식당인 3스타 식당이 바뀐 것은 처음이다.
◇3스타 식당 처음으로 바뀌어
이날 발표된 가이드에는 1~3개의 별을 부여하는 스타 식당 35곳과 합리적 가격의 ‘빕 구르망’ 식당 57곳 등 총 176곳의 식당이 포함됐다.
‘라연’이 받아든 결과에 대해 외식 업계에서는 ‘충격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음식 평론가는 “지난 7년 실력 있는 셰프와 고품격 식당이 늘며 우리 외식 시장이 크게 발전했지만 ‘라연’은 요리도 서비스도 정체돼 있었다”며 “한식의 상징성 때문에 가산점을 얻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상이 되면서 더 이상 ‘얼굴 마담’이 필요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 평론가는 “거칠게 말하면 3스타를 당연히 여겼던 신라(삼성)의 후퇴, 외식업에 전문성을 가진 CJ의 약진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별 셋 단 ‘모수’, 별 둘 단 ‘스와니예’
새로 3스타 식당이 된 서울 한남동 ‘모수’와 안성재 셰프는 이날 발표의 깜짝 스타였다. 음식평론가 서현정 뚜르디메디치 대표는 “끊임없이 한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해, 한식은 아니지만 한국적 색채가 강한 음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여주며, 비주얼의 아름다움도 남다르다”고 평했다.
반포의 1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도 2스타로 ‘승급’됐다. 또 6개 식당이 새로 1스타 레스토랑이 됐다. 청담 ‘강민철 레스토랑’, 역삼 ‘레스토랑 알렌’과 ‘이타닉 가든’, 신사 ‘솔밤’, 용산 ‘소울’, 청담 ‘일판’ 등이다.
김은조 블루리본 서베이 편집장은 “새로 선정된 식당 중에 최근 1~2년 새 생긴 식당이 많다. 우리 셰프들의 실력과 외식 시장 수준이 급속히 발전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가성비 ‘빕 구르망’, 국수·국물 주목
미쉐린 ‘빕 구르망(Bib Gourmand)’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 서울의 경우 평균 4만5000원(미국 40달러, 일본 5000엔) 이하의 가격으로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이 선정 대상이다.
올해는 새로 뽑힌 3곳을 포함해 총 57곳의 리스트가 발표됐다. 논현 ‘원 디그리 노스’는 싱가포르의 치킨 라이스와 광둥식 차슈를 이용한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메뉴가 있는 식당. 화양동 ‘정면’에선 해산물과 돼지고기, 닭고기를 이용한 깊은 맛의 쌀국수를 맛볼 수 있다. 청담 ‘필레터’는 다양한 조리법의 유럽식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동, 냉면, 파스타, 메밀국수 등 다양한 면 요리가 약 40%를 차지해 면을 향한 한국인의 식지 않는 애정을 드러냈다. 곰탕 등의 국물 요리도 여전히 강세였다”고 했다.
음식평론가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식당도 손님도 미쉐린 ‘스타’에 집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나이가 과거 중년 이상에서 젊은 세대로 15~20년쯤 내려오고, 안목 있는 미식가들이 많아지면서 전체적 외식 문화의 수준이 상승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