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업계에 크리스마스 케이크 최고가 경쟁이 불붙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서울 역삼동에 있는 조선 팰리스 호텔이다. 조선 팰리스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선보인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는 가격이 무려 25만원으로, 국내 호텔 업계 최고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화제가 됐다. 조선 팰리스에 맞선 곳은 서울 신라호텔. 올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선보인 한정판 스페셜 케이크 3종 중 ‘얼루어링 윈터’는 조선 팰리스와 같은 25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호텔 업계는 물론 소비자 사이에서는 ‘케이크 가격 25만원이 과연 합당한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두 호텔은 “일반 케이크보다 월등하게 많은 숙련 인력이 투입되며, 프랑스산 발로나 초콜릿 등 최고급 원재료를 사용하는 데다, 원재료 가격이 크게 상승해 케이크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얼루어링 윈터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은 하나의 예술품을 제작하는 것과 같다”며 “케이크 외부 물결 무늬 초콜릿 장식 모양을 아름답게 유지하려면 숙련된 파티시에 4~5명이 동시에 달라붙어 3~4시간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 팰리스 관계자는 “120개의 화이트 초콜릿 나뭇잎으로 장식되는데, 초콜릿을 일정한 두께와 모양으로 섬세하게 작업하려면 웬만한 연차의 페이스트리 셰프라도 함부로 작업할 수 없고 완성까지 약 6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조선 팰리스의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는 높이 25㎝·지름 20㎝, 신라호텔 ‘얼루어링 윈터’는 높이 16㎝·지름 18㎝ 정도다.
이에 대해 파티시에 A씨는 “아무리 재료비가 오르고 인건비가 많이 든다 하더라도 케이크 하나에 25만원은 과하다”며 “이 정도 가격을 받으려면 금박 장식(신라 얼루어링 윈터 케이크) 정도가 아니라 금 덩어리를 박아 넣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제과 업계 종사자 B씨는 “이 정도 완성도를 갖춘 케이크라면 그만한 가격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케이크 담을 상자와 포장도 맞춤 제작 해야 할 텐데 두 호텔의 경우 최소 3만~4만원은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호텔들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싼 케이크를 선보인 이유는 뭘까. 두 호텔은 “프리미엄 케이크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 호텔 마케팅 담당 임원은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화제가 되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호텔 마케팅 담당자는 “여름마다 호텔들이 빙수를 가지고 벌이던 ‘1등 경쟁’이 겨울을 맞아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확전(擴戰)된 것”이라고 했다.
가격의 적정성을 떠나 두 호텔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조선 팰리스의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를 구입했다는 C씨는 “케이크는 물론 포장 박스까지 고급스러운 데다, 홈파티에 초대한 지인들이 ‘이게 그 제일 비싸다는 케이크냐’며 사진 찍고 좋아해서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며 “요즘 외식비가 전반적으로 높게 올라서 케이크가 엄청 비싸게 느껴지진 않았다”고 했다.
두 호텔은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와 ‘얼루어링 윈터’를 오는 25일까지 50개씩 한정 예약 판매하는데, 다음 주 내에 완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리는 이유를 홍보 마케팅 업체 대표 D씨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렸을 때 남들이 감탄하며 부러워할 ‘음식 명품’이랄까요. 극소량만 한정 판매하기에 아무나 사 먹지 못하는 희소성이 과시욕을 더욱 부채질하죠.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리는 명품 가방과 공통점이 많아요.” 셰프 출신 케이터링 업체 대표 E씨는 “코로나 이후 홈파티가 급증했는데,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테이블을 화려하게 장식할 센터피스(중앙 장식)로 최적일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