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 열라면’은 2020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와 방송을 강타한 화제의 요리다. 라면을 반 개만 끓여 야식을 먹는다는 죄책감은 덜면서 순두부 반 봉지로 든든함은 더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이 메뉴의 창작자는 “사람들이 나를 무언가로 특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이·성별·직업도 공개하지 않는 ‘마포농수산쎈타’. 순두부 열라면을 비롯 대파돼지찜, 새송이버터구이 등 어렵잖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쉽고 빠르게 만들어 먹는 음식을 소개하며 트위터 팔로어 12만명을 거느리기에 이르렀다. 소주를 ‘쐬주’로 쓰고, 구두점 앞에 반점을 찍는 등 특유의 구수한 글투도 한몫했다. 요리를 어려워하던 이들이 그의 레시피를 따라하고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면 마포농수산쎈타는 ‘꾸벅’ 감사의 답장을 보낸다.
최근엔 자신이 개발한 요리법을 모은 책 ‘밥 챙겨 먹어요, 행복하세요’(세미콜론)를 펴냈다. 그가 트윗 말미에 덧붙이는 인사말을 제목으로 삼은 요리책은 출간하자마자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마포농수산쎈타는 “대부분 식사를 집에서 차려 먹지만, 남이 차려준 음식을 먹고 싶은 날,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 혹은 집에서 해 먹기 어려운 메뉴가 당길 때 외식을 나가곤 한다”며 단골 맛집 4곳을 추렸다. 그는 “노랫소리가 크지 않은 곳이나 마음 편한 곳, 음식에 단맛이 적은 식당을 좋아한다”고 했다.
황소곱창: 오동통 대창과 박박 긁어 먹는 볶음밥
“‘양 하나 대창 하나에 쐬주 하나 주세요.’ 행복으로 가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서비스로 나오는 매콤칼칼 된장찌개에는 숭덩숭덩 큼직한 두부가 한가득. 고소한 양을 먼저 기름장 콕 찍어 먹다 보면은 오동통 대창이 익어가지요. 된장 소스 파절이에 맛깔진 김치를 대창 기름에 자르르 구워다가 김치 깔고 파절이 올려 대창 한 점을 톡. 돌돌 말아 쏘옥 먹으면 어이구, 쐬주 두 잔이 쑥 들어가는 대창쌈이거든요. 볶음밥이 아주 맛있으니까는 잊지 마셔요. 배불러도 철판 잡고 닥닥 긁어 먹게 되는 맛입니다.”
곱창, 양, 대창 등 모든 부위를 간간하고 달달한 양념과 함께 철판에 지글지글 익히다가 김치와 파채를 더해 함께 볶아준다. 진한 곱창 기름을 흠뻑 머금은 김치와 파채가 술을 부른다. 날치알이 과장 좀 보태 쌀알만큼 듬뿍 들어있는 볶음밥을 철판에 바삭 눌러 청국장을 연상케 하는 된장찌개와 함께 먹으면 식사가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소모둠구이·쓰리창 4만4000원, 소모둠야채볶음 2만9000원, 소모둠대창전골 1만5000원. 서울 성동구 마조로5길 3, (02)2294-2066
우리바다수산: 줄 서서 먹는 대방어 명가
“쫄깃한 회에 매운탕, 튀김…. 뭘 시켜도 딱 기분 좋게 맛 좋은 횟집입니다. 기본 찬으로 도톰한 순두부에다 굵은 국멸치 들어간 볶음김치가 나오는데, 날것에 술 들어가다 보면 밥이 꼭 당기거든요. 볶음김치에 셀프로 해 먹는 계란프라이를 더해다가 초밥 밥에 기름장 요만치 끼얹어 삭삭 비벼 먹으면, 둘이 먹다 셋이 사라져도 모를 맛이지요.”
방어 맛집으로 이름 났지만 기본 반찬도 맛있는 데다 무한 리필(제공)이다. 생선회도 푸짐한 편이다. 거의 항상 만석이고 대기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가야 마음 편하다. ‘드시는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제한합니다’고 벽에 붙어 있어서 먹는 내내 눈치가 보인다.
광어 3만1000·3만9000원·5만2000원, 광어+우럭+연어 6만9000원, 대방어 6만·8만·10만원.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102, (02)322-3489
도쿠로야: 도쿄 골목서 옮겨놓은 듯한 주점
“꼬치구이도 기가 막히는 데다 다른 음식들 하나하나가 아주 정성스럽고 맛깔진 집입니다. 버터에 구운 새송이, 치즈 올린 가지, 방울토마토말이…. 야채꼬치에 닭꼬치로 시작해서는 매콤얼큰한 탕면에 바삭한 닭튀김, 반숙 계란프라이 올라간 야키소바까지, 어느새 한 상 가득 두고 먹게 되지요. 슬렁슬렁 혼자 가서 한잔 딱 하고 오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일본 도쿄나 오사카 주택가 한적한 골목에 숨어있는 술집 분위기다. 음식 맛과 가격도 소박하고 편하다. 인디 음악이 흘러 나오지만 시끄럽지는 않아 조용히 대화하기에 무리 없다.
가지치즈 4000원, 닭고기완자 5000원, 은행버터구이 2500원. 서울 마포구 동교로 56-1, (0507)1416-5442
경성양꼬치: 냄새 안 나는 어린 양고기가 비결
“잡내 없이 부드러운 양꼬치에 가지튀김이 맛난 집입니다. 꼬들꼬들 기름기를 좋아하면 양갈비살을 추천해요. 도톰하게 썬 가지 사이에 다진 고기를 끼워다가 아주 파사삭하게 튀겨내는데 기름기 흠뻑 머금은 가지에다 육즙이 어이구, 기가 막혀요. 양념간장 말고 소금을 찍어 먹어도 담백하니 좋지요. 느끼하다 싶을 적에는 새콤달콤 장아찌에서 땡초 하나 찾아다가 쏙. 기름기가 쑥 내려가는 게 이번엔 뭘 또 추가해볼까, 메뉴판으로 눈이 갑니다.”
양꼬치 붐을 일으키며 대중화시킨 집이다. 중국에선 1년이 넘은 양을 주로 쓰지만, 양 특유의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손님들을 고려해 1년이 되지 않아 냄새 없는 어린 호주산 양고기를 사용한 게 성공 포인트. 2001년 테이블 7개짜리 작은 가게로 출발해 이제는 수십개 직영·가맹점을 거느린 국내 최대 양꼬치 프랜차이즈가 됐지만, 맛은 어디나 일정하다.
양꼬치 1만3000원, 양갈비살 1만5000원, 어향가지 1만5000원.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길 48, (0507)1422-5780(합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