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 콘텐츠 기업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가 ‘2023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를 펴냈다. 이 대표는 2017년부터 급변하는 국내 외식 트렌드를 핵심 키워드로 정리해 ‘서울 골목 상권과 맛지도’, 맛집 가이드 ‘다이어리알 레스토랑 가이드’와 함께 책 한 권에 담아 소개해왔다. 이 대표가 올해 주목할 외식 트렌드와 이를 대표하는 식당 4곳을 소개했다.
플레이버타운: 엠지니즈, 新중식열전
“성수동, 도산공원, 한남동 등 트렌디한 상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식업종으로 중식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자장면·탕수육을 파는 기존 중식당과는 분위기도 음식도 달라졌어요. 아예 새로운 음식 장르가 태어난 느낌이랄까요. MZ세대가 즐겨 찾는 차이니즈(Chinese·중식)란 의미로 ‘엠지니즈(MZ-inese)’라고 이름 붙여봤어요.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 작게 나오는 음식을 가벼운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 주점 콘셉트로, 현지 향신료를 과감하게 사용한 창의성 돋보이는 음식을 내면서도 한국인 입맛을 놓치지 않죠. 소주·고량주보다는 하이볼·내추럴 와인·고량주 칵테일 등의 주류가 더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서울 성수동 ‘플레이버타운’ 김정숙 오너셰프는 “플레이버타운(flavourtown)은 외국 요리사들이 ‘맛집’을 부르는 말”이라며 “오랫동안 파인다이닝(고급 외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니 편하고 질리지 않는 음식을 내는 식당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대표 메뉴인 ‘족발 튀김’은 달콤짭짤한 한국 족발 양념에 중국 동파육을 결합한 맛이다. 부드러운 본래 동파육과 달리 튀겨내 바삭함이 더해져 ‘겉바속촉’하다. 바닷가재와 바지락조개를 넣은 ‘황제 커리’, ‘충칭 치킨’, ‘삭힌 고추 우럭 술찜’ 등 다른 음식들도 이국적인 듯하면서도 한국인 입에 짝 붙는 맛이다.
족발 튀김 1만8000원, 황제 커리 5만3000·10만원, 마파두부 1만3000원, 유자 소르베 8000원. 서울 성동구 서울숲4길 18-7, (02)469-9954
시스트로: 주인의 ‘세계관’ 품은 식당
“최근 젊은 층에게 주목받는 식당·카페들은 마치 브랜드 쇼룸처럼 어떤 철학과 가치, 취향을 지녔는지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자기만의 ‘유니버스’ 즉 세계관을 잘 구축한 곳들이죠. 손님들은 그 세계관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팬들이고요. ‘시스트로’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낸 토종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냅니다. 경기도 여주산 가지로 만든 볼로네제, 전북 무주 천마가 들어간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맛볼 수 있지요. 식문화 강좌, 해외 셰프를 초청한 스페셜 디너가 열리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기는 편안한 동네 밥집 내지는 술집 분위기다. 합리적인 가격대 와인을 다양하게 갖췄다.
가지볼로 2만원, 사프란 앉은뱅이밀 리소토 2만1000원. 부추 소스 우리 큰닭 스테이크 3만2000원.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24길 25, (02)587-1230
로컬릿: 포스트 로컬리즘 & 비건 열풍
“로컬푸드(제철·지역 식재료)와 비건, 외식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도 주목할 키워드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힘을 보탰지만, 젊은 세대는 환경·동물복지 등 윤리·도덕적 가치관에 따라 비건 음식을 선택하고 소비합니다. ‘로컬릿’은 로컬푸드와 비건 둘 다 진정성 있게 다룹니다. 남정석 오너셰프는 경북 영덕 농부의 아들로, 농사일을 거들며 자라 로컬푸드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우수한 식재료를 생산자에게 직접 받습니다. 이를 고객에게 경험시키는 즐거움이 크고, 직거래를 통해 일회용 포장재나 탄소 배출 줄이기를 실천한답니다.”
비건 성지(聖地)로 알려졌지만 모든 메뉴가 비건은 아니라 고기 좋아하는 미식가들도 즐겨 찾는다. 가지, 파프리카, 호박, 버섯 등 다양한 구운 채소와 백태콩 후무스(병아리콩을 으깨 만드는 중동 음식)를 층층이 쌓은 뒤 단면이 보이도록 썰어 내는 ‘채소 테린’이 대표 메뉴다.
채소 테린 1만6000원, 호박 카넬로니 2만원, 한우 라구 2만원, 시칠리아식 삼치 오일 파스타 2만2000원. 서울 성동구 한림말길 33, (0507)1354-3399
몽중식: 끼니를 경험으로 바꾸는 미식
“요즘 외식업계 필승 키워드는 ‘경험’입니다. 배달, 간편식 등 훌륭한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매장을 방문하게 하는 힘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거든요. 개인 미디어 발달로 일상이 자신의 콘텐츠가 되고 나아가 재화(財貨)가 되는 세상에서 모든 경험은 이야깃거리가 되며, 새롭고 독특하며 한정적일수록 가치가 높아지죠. 외식 현장으로 와야만 할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기 위해 외식업장들이 차별화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발굴해 음식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몽중식’은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듯 중식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예지요.”
손님들이 바 테이블에 둘러앉으면 연사가 식사 내내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즌별로 새로운 영화를 주제로 정해 이야기 흐름에 맞게 요리를 구성한다. 음식은 물론 찻잔, 접시, 벽에 붙인 포스터 등 기물과 인테리어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몰입도를 높인다.
점심 코스 3만8000원, 저녁 코스 6만8000·9만3000원. 서울 마포구 동교로 257 2층, (0507)1342-7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