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재희키친’의 메로구이(앞에서부터)와 돼지고기생강조림, 구운 주먹밥./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 한국 대표 인물들을 향으로 표현한 ‘히어로즈 오브 코리아’ 향수 브랜드 공동창업자인 오하니<사진> 조향사는 자신이 “음식을 매우 즐기는 푸디(foodie)”라며 “뉴욕, 파리, 홍콩 등 주요 도시 레스토랑·카페 1500개 이상을 블로그에 소개했다”고 말했다.

“흔히 맛이라고 표현하는 풍미의 80% 이상이 사실은 후각으로 인지하는 향이에요. 많은 분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음식을 먹기 전 눈과 코로 먼저 즐깁니다. 입안에서 음식을 씹을 때는 후비공(後鼻孔·코안에서 인두로 열리는 구멍)에서 향을 맡기 때문에 맛과 향을 함께 만나게 됩니다. 음식이 특정 기억을 일깨우는 ‘프루스트 효과’는 음식의 향 성분이 코에서 전기 자극으로 바뀌어 뇌 안에 자리한 기억, 감정에 영향을 끼쳐 일어나지요.”

오씨는 최근 마스터 조향사들과 향수 세계로의 입문을 도와주는 책 ‘아이 러브 퍼퓸’(에디스코)을 펴냈다. 그에게 음식의 맛과 향을 만끽하고플 때 찾는 단골 식당을 꼽아달라고 했다.

재희키친: 노릇노릇 촉촉한 생선구이

“생선구이가 생각날 때 찾는 곳입니다. 고등어, 연어, 갈치, 삼치, 임연수 등 다양한 생선구이를 만날 수 있죠. 특히 메로구이를 즐겨요. 촉촉함이 살아있고 탱글탱글 탄력이 넘치면서 푸딩 같은 매끈함까지 느껴지는 식감에 씹을 때마다 구운 메로의 향이 향긋하게 입안에 퍼지죠. 생선구이를 먹다 입을 환기시키고 싶다면 ‘타코 와사비’를 먹습니다.”

물 좋은 메로를 두툼하고 큼직하게 자른 뒤 달큰한 미소(일본 된장)를 발라 그릴형 생선구이기(장어구이기)에 노릇노릇 굽는다. 일반적으로 생선 구울 때 사용하는 브로일러는 열기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쬐는 반면, 장어구이기는 아래에서 위로 쬔다. 박재희 대표는 “브로일러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써야 하지만, 맛은 한결 낫다”고 했다. 구이, 회, 조림, 탕, 튀김 등 음식이 두루 먹음직스럽고 푸짐해 술을 자연스레 부른다. 박 대표가 얼려뒀던 소주병을 직접 손바닥으로 탁탁 쳐서 만들어주는 ‘수제(手製) 슬러시 소주’가 이름났다. 박 대표는 “얼마나 만들었으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여 발뒤꿈치처럼 됐다”며 웃었다.

메로구이 2만8000원, 돼지고기생강조림 3만5000원, 타코 와사비 2만2000원, 구운 주먹밥 5000원.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14길 9, (02)3443-7577

연남장: 주방 밖으로 울려 퍼지는 ‘음식 향의 연주’

“4층 높이의 시원한 층고, 햇살을 가득 받아들이는 커다란 창문, 거대한 금빛 샹들리에와 금빛 테이블…. 실내인데도 개방감이 드는, 공간 자체가 매력적인 곳입니다. 콘서트와 북토크가 열리고, 지하 갤러리에선 미술 전시가 열리기도 하죠. 얼마 전 회의하러 갔다가 참나물 페스토와 마늘 풍미가 어우러지는 ‘차돌박이 참나물 파스타’를 주문했어요. 오트밀 빵을 추가해 그릇을 닦아내듯 남은 소스를 찍어 먹었죠. 조리되는 음식 향이 불의 온도를 타고서 홀 밖으로 흘러나와요. 힘차게 울려 퍼지는 ‘향의 연주’ 덕분에 음식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운 곳입니다.”

도시·공간 콘텐츠 전문 기업 ‘어반플레이’가 오래된 건물을 세련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어반플레이에서 기획한 또 다른 공간 ‘연남방앗간’의 시그니처 메뉴인 참깨 라테도 있다.

바질 페스토 뇨키 1만5000원, 팬케이크 브런치 1만1000원, 오트밀 빵 2000원, 참깨 라테 6500원.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5길 22, (02)3141-7978

위키드와이프: 와인과 함께 즐기는 일상식

“성수동에서 점심을 겸한 미팅을 하기에 맞춤한 곳입니다. 들기름 비네거(식초) 드레싱을 뿌린 ‘알배추 샐러드’는 고소한 들기름 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산뜻한 비네거 향을 품고 있어서 질리지 않고 계속 먹게 만들어요. 토마토와 버섯이 들어간 ‘비건 떡볶이’는 소화가 잘돼 더부룩하지 않아 좋아요. 감태로 만들어 감칠맛이 빼어난 ‘감태 파스타’, 애호박을 길고 가늘게 썰어 국수처럼 먹는 ‘주키니 누들 & 치즈’ 등 매력적인 메뉴가 많아요.”

와인을 일상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와인 큐레이션 플랫폼’을 표방하는 위키드와이프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매달 만두, 짜장면, 치킨, 비빔밥, 삼겹살 등 일상 음식을 하나씩 선정해 찰떡궁합인 와인을 보내주는 와인 구독 서비스와 와인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와인 뉴스레터도 인기 높다.

알배추 샐러드 1만5000원, 감태 토핑 명란 숏파스타 1만7000원, 주키니 누들 & 치즈 1만5000원.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1, (02)499-7772

로드빌: 매장에서 굽는 구수한 빵 향

“10년 가까이 찾는 집이에요. 매장에 들어서면 향긋한 빵 향이 나요.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거든요. 그래서 식전빵도 아주 맛있어요. 찬바람 부는 겨울에는 양송이 수프를 주문해 식전빵을 찍어 먹지요. 화덕에서 굽는 ‘마르게리타 피자’는 신선한 바질과 토마토 향이 좋아요. ‘크림 라구 파스타’와 ‘소고기 버섯 샐러드’는 트러플오일 향이 생동감 넘치는 데다 맛까지 훌륭해서 즐겨 시킵니다.”

서울 역삼동 뒷골목 분위기 좋은 음식점. 이탈리아 요리를 뼈대로 스테이크, 바비큐, 샐러드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서양 음식을 두루 낸다. 오 조향사는 “같은 건물 3~4층에 있는 ADM갤러리에서 식사 후 한국 작가들 작품 감상까지 하면 좋다”고 했다.

마르게리타 피자 2만원, 크림 라구 파스타 2만3000원, 소고기 버섯 샐러드 2만3000원. 서울 강남구 역삼로14길 20, (02)553-7960

조향사 오하니(오른쪽)씨가 펴낸 '아이 러브 퍼퓸'./에디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