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간은 얼마나 딱딱해졌을까. 비만에 따른 지방간이거나, 술과 피로에 찌들어, 때론 만성 간염 바이러스에 시달린 간이 얼마나 딱딱해졌는지 바늘로 찌르지 않고 알 수는 없을까.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검사가 있다. 간섬유화 스캔이다.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 또는 지방간 등에서 간세포 염증이 지속되면 간섬유화가 발생한다. 말랑말랑한 간이 딱딱해진다는 의미로, 결국 간경변증으로 간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간 기능을 상실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년 간 사망의 최대 원인이다.
지금까지 간 상태를 알려면 간 기능 수치 등을 보는 피검사나 복부 초음파를 이용했다. 하지만 혈액 검사가 정상이어도 간섬유화와 지방 축적이 심한 경우가 꽤 있다. 모르고 지내기 일쑤다. 초음파로 딱딱함을 가늠해 볼 수 있지만, 검사하는 의사마다 판단이 주관적이고, 초기 지방간 진단은 어렵다. 바늘로 직접 간을 찔러서 간 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는 조직생검이 가장 정확하나, 간에 상처를 내야 하고, 출혈의 위험이 따른다. 치료와 병세가 바뀔 때마 조직 검사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간섬유화 스캔이다. 간의 단단함이 간섬유화 정도와 연결된다는 점을 이용한 검사다. 초음파와 같은 기구인 탐촉자를 간이 있는 위치의 늑골 사이에 대면 탄력파가 간으로 전파된다. 이 탄력파가 간에 부딪혀 되돌아 오는 속도를 측정한다. 간이 딱딱할수록 반사 강도가 심해 탄력파가 빨리 돌아온다. 그 과정서 간 안의 지방량도 측정할 수 있다. 지방간에 대한 객관적인 상태 지표가 된다. 간섬유화 스캔을 반복적으로 최소 10회 이상 측정하며, 중앙값을 이용해야 오차가 없다. 그러면 바늘로 찌른 간조직생검과 비교했을 때 딱딱함 정도를 아는 정확도가 85~95% 정도 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내과 김승업 교수는 “간섬유화 스캔을 이용하여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서 간경화 진행 여부, 약물 치료 효과 측정, 운동과 식이요법 평가 등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간 상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추측하고, 간경화 고위험 환자를 찾아내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