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현지시각)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들이 런던의 세인트 토머스 병원 앞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AP 연합뉴스

영국에서 1000명 이상의 의사가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방식과 처우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국민보건서비스(NHS)를 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 시각) 일간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의사협회(DAUK)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758명의 응답자 가운데 65%(1143명)가 앞으로 3년 이내에 NHS를 떠나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민간 병원으로 이직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 사태 최전선에 있는 의사들에 대한 정부의 처우가 이직(혹은 잔류) 계획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69%(1214명)가 ‘NHS를 떠나고 싶다는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의 74%는 낮은 임금 문제를 꼽았다. 지난 7월 정부는 의사 급여를 2.8%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수련의나 대부분의 지역보건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또 이직을 결심한 이유로 마스크와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 부족(65%), 공개적 의견 표명 금지(54%), 정신건강 악화(45%) 등을 들었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각)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들이 런던의 세인트 토머스 병원 앞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AP 연합뉴스

한 의사는 “정부가 NHS 직원들을 총알받이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형편없는 급여와 조건, 턱없이 부족한 개인보호장비,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 어설픈 약속들. 20여 년간 최전선에서 일했지만 난 완전히 병들고 지쳐버렸다”고 말했다.

사만다 배트-로덴 DAUK 회장은 “코로나 방역 최전선의 의사들은 소모적으로 혹사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3년 안에 NHS를 그만두겠다는 의사가 이토록 많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보건사회복지부는 “정부는 모든 직원이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근 발표한 인력 계획이 NHS를 가장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에게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각)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들이 런던의 세인트 토머스 병원 앞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