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에 따라서 심혈관계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심혈관계 질환은 심장마비의 원인인 관상동맥 질환과 중풍이라고 불리는 뇌졸중이다. 위험 인자로는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잘 알려져 있다. 달걀은 노른자 안에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어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최근에 영국 의학협회지에 달걀 섭취와 관상동맥 질환의 발생 관계를 심층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미국의 간호사 및 보건업 종사자 등 21만명 이상을 최대 32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달걀 섭취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달걀을 하루에 한 알 이상 복용하는 경우는 달걀을 복용하지 않은 경우(한 달에 한 알 이하)에 비해서,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비가 0.93배에 불과했다. 양쪽 그룹 간 위험 차이가 없었다. 달걀 섭취와 심혈관 질환 발생과의 관련성을 연구한 기존의 모든 연구(170만명)를 묶어서 재조사했을 때도, 발생 위험은 0.98배 정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경향은 관상동맥 질환과 뇌졸중 발생 측면에서 모두 동일하였다. 흥미롭게도 아시아인만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달걀을 먹는 경우가, 먹지 않는 경우에 비해서, 심혈관 질환의 발생이 오히려 8% 낮았다. 이는 아마도 달걀이 갖고 있는 불포화지방산, 카로티노이드 등 유용한 성분들 때문일 것이다. 그간 달걀을 먹고 싶어도, 관상동맥 질환이나 뇌졸중이 겁나서 꺼려 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러한 우려를 다소 해소해 주었다. 하루에 달걀 한 알 정도는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