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아프면 생활 활동 반경이 줄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운전대를 돌리기도 힘들어 직접 차를 몰지도 못하게 된다. 특히 팔을 어깨 위로 올려주는 회전근개 파열이 난치성 상태가 되고, 퇴행성 관절염이 겹치면 여간 골치가 아니다. 회전근개 봉합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다시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술도 못 한다. 그냥 참고 살아야 했다. 앓느니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삶은 피폐해진다.
하지만 이들도 요즘은 어깨 펴고 살 수 있게 됐다. 무기는 역행성 어깨 인공관절술이다.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는 인공관절이 흔했으나 어깨는 적었다. 그 이유는 어깨 관절 움직임이 360도인 데다, 인공관절을 넣었을 때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주변의 근육과 조직이 어깨는 약하다. 그렇다 보니 인공관절을 원래 뼈에 밀착해 넣어야 했고, 그러면 움직임이 형편없었다. 안 넣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다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다. 본래 팔뼈 상단은 공 모양이다. 그 공이 어깨 관절 안에 들어가 돌며 팔을 움직였다. 즉 팔뼈 상단이 주먹이었고, 어깨 관절이 손바닥인 셈이다. 주먹이 손바닥 안에서 놀며 움직이는 것과 같다. 기존 어깨 인공관절도 그렇게 만들었다. 팔 상단 주먹이 어깨 손바닥으로 들어가 도는 형태다. 효과가 적었다.
이에 인공관절 방향을 반대로 만든 것이다. 손바닥 모양인 어깨에 반대로 공을 붙였다. 팔뼈 상단은 그 공을 감싸고 도는 손바닥 형태로 만들었다. 기존 관절 구조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 세운 것이다. 인공관절 이름 앞에 역행성이라는 간판이 붙은 이유다. 어깨만 구조물 순서를 바꿔 놓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러자 팔을 어깨에 잡아주던 회전근개가 부실해도 팔을 돌릴 수 있게 됐고,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역행성 인공관절 수술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2시간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유재철 교수는 “수술 직후에는 심한 동작이나 무리한 일은 삼가야 하지만, 보통 6주간 재활 운동을 마치면 통증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수술 후 2주 정도면 운전도 가능하다.
역행성 인공관절로 기지개도 켜는 환자가 한 해 4000여 명에 이르고 있고, 해마다 늘어 4년 만에 두 배 늘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오주한 교수는 “난치성 어깨 질환 치료의 게임 체인저 같은 역할을 한다”며 “팔뚝 뼈 상단 골절로 관절 움직임이 굳어버린 경우 등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어깨 관절이 굳어버린 환자나 복원하기 어려울 정도의 회전근개 대파열에도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