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화 목소리를 잘 못 알아듣고 예전보다 청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이비인후과를 찾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 이들 탓에 보청기 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청력 전문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상당수가 모든 사람이 항상 쓰고 다니는 마스크 영향이라고 지적한다. 서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탓에 목소리가 작게 들리고 발음이 부정확해져 알아듣기 어려워졌는데, 이를 청력 감소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이과(耳科)학회는 청력이 떨어진 고령자와 서로 마스크를 끼고 대화할 때의 행동 권장안을 발표했다.

◇고령자, 마스크 대화 알아듣기 어려워

마스크는 목소리 볼륨을 크게 줄인다. 마치 소리 가림막을 한 것과 같다. 미국 뉴욕 시립대학교 청각학과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조용한 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최고 12데시벨(dB) 정도 소리 크기가 줄어든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의 일반적인 목소리가 40~50dB인데, 마스크를 쓰면 그것이 마치 속삭이는 정도의 소리(30dB)처럼 들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 많은 이들이 상대방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되묻는 경험을 한다.

더욱이 마스크가 고음에 속하는 고(高)주파수 소리를 약화시킨다. 이는 주로 자음 소리에 해당한다. 핵심 용어 발음이 마스크로 부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가뜩이나 청력이 낮은 고령자는 마스크로 의사 소통이 힘들어질 수 있다. 마스크 목소리 볼륨 감소 현상은 N95와 같은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고령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 방역용 마스크를 쓴 의료진과 원활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수 있다.

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방 목소리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얼굴 표정이나 입 모양 등 다양한 신호를 통해 의사 소통을 하게 되는데, 마스크는 이런 2차 소통 방식마저 차단한다. 일부 난청 환자는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입술, 얼굴, 혀의 움직임을 보고 알아내는 독순술(讀脣術)을 이용하여 이해하는데, 마스크는 이를 원천 봉쇄한다.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말해야

마스크가 일상생활 필수인 상황에서 마스크를 통한 의사 소통 불편을 줄이려면 대화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과학회는 말한다. 청력이 낮은 고령자와 대화할 때는 평소보다 크게 말하고, 고음을 살리는 것이 좋다. 천천히 자음을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 큰 소리치기보다는 발음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 방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마스크를 쓰고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서서 얘기하여 본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한 재질의 마스크를 써서 대화를 시도한다.

주변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대화를 나눠야 잘 들린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할 때는 상대가 말을 이해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응답을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얘기를 할 때는, 상대가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을 위해 역질문을 하도록 권장한다. 스마트폰 문자나 필기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채성원(고대구로병원 교수) 대한이과학회 회장은 “마스크가 의사 소통 불편을 초래해 고령자에게 소외와 고립을 일으키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당분간 누구나 마스크를 쓰고 대화해야 하기에 ‘마스크 대화법’을 실천해 인구의 15%인 약 800만명 난청 환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