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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축구계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다. 하지만 그는 앞서 2주 전 만성 경막하혈종으로 뇌 수술을 받았다. 이후 회복 과정서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경막하혈종은 뇌를 감싸는 경막(硬膜)과 뇌 사이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 피가 고이는 것이다. 머리에 강한 외부 충격을 받아 발생하는 급성 경막하혈종과 달리 만성은 주로 고령층에 나타난다. 머리에 가벼운 충격을 받은 뒤 시작된 출혈이 2~3주간 이어져 경막과 뇌 사이에 고인 피가 뇌를 압박한다. 그로 인해 두통, 구토, 마비, 언어 장애, 보행 장애, 정신 착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고령층은 뇌 위축으로 경막과 뇌 사이에 공간이 넓어져 출혈이 계속되어도 통증이 없어 고인 피가 뇌를 압박하기 전에는 병을 인지하지 못한다.

마라도나의 뇌 수술을 맡았던 주치의는 “아마도 가벼운 충격을 받아 만성 뇌 경막하출혈이 생긴 것 같다”며 “하지만 마라도나 자신은 어떻게 머리를 부딪혔는지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국내 환자들도 마라도나처럼 대부분 가벼운 충격에서 출혈이 시작되고 2~3주 뒤에야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어떻게 머리를 부딪혔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마비, 구토, 언어 장애 등이 나타나 치매나 정신 착란, 뇌졸중으로 오인하기 쉽다”고 말했다.

고령층은 일상에서 머리에 가벼운 충격을 입어도 경막하혈종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을 받았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피가 고인 쪽 머리 부위에 구멍 1~2개를 뚫어 관을 넣어 고인 피를 빼내는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