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면 수술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암 덩어리를 제거할 때 눈으로 암세포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기 어렵다. 자칫 주변에 암세포를 남겨두고 제거하면, 그 암세포가 자라서 재발 원인이 된다. 암 주변을 넉넉하게 제거하면 좋겠지만, 정상 조직 손실이 크고, 중대한 기능을 하는 부위도 잘라내야 할 때도 있어 수술 후 암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외과 의사마다 암 주변을 어느 정도 잘라내야 암을 100% 떼내면서 정상 조직은 최대한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위암 주변에 인도시아닌 그린을 내시경으로 주사한 후(왼쪽 사진 흰 화살표 부근), 근적외선으로 촬영하면(오른쪽 사진) 암세포가 이동할 수 있는 림프관 경로(노란색 화살표)와 림프절(노란색 화살표머리) 등을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외과 제공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잉크를 주입하여 암과 정상 조직을 빛으로 구별하게 한 상태에서 수술하는 ‘형광 유도 수술’이다. 염색 잉크로는 종전 간 기능 검사 때 조영제로 쓰는 인도시아닌그린(indocyanine green)이 쓰인다. 이를 체내에 주입하면, 정상 세포는 녹색으로 염색되고 암세포는 안 된다. 이를 수술실에서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면, 녹색을 띠는 정상 조직과 그렇지 않은 암을 눈으로 구별할 수 있어 암 제거 범위를 정확히 정할 수 있다. 암 수술 범위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간암, 대장암, 유방암, 위암, 식도암, 폐암 등을 대상으로 주요 대학병원에서 시도하고 있다. 공성호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인도시아닌그린을 암 주변 조직에 주사했을 때 주사 부위부터 흘러가는 림프관을 볼 수 있다”며 “림프관은 암이 퍼지는 가장 중요한 경로이기 때문에 수술 후 재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림프절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러 수술 기구 회사에서 근적외선 영상을 위한 복강경 카메라를 개발하여 복강경 암 수술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