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내시경 같은 수술 기구와 카메라를 배나 가슴 안에 넣어 종양을 떼내는 복강경·흉강경 수술이 흔하다. 가슴이나 배를 열지 않고 구멍 뚫어 수술하니, 흉터도 작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그런데 심장 수술만큼은 이런 수술이 어려웠다. 쉼 없이 박동하는 심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수술 의료진이 3D 화면을 볼 수 있는 선글라스 같은 안경을 끼고 3D 내시경으로 심장 수술을 하고 있다. /부천 세종병원 제공

심장 판막 교체 수술 등을 할 때는 피를 인공 심폐기 체외 순환으로 돌리고 심장을 잠시 정지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이 뛰고 있을 때, 대동맥이나 대정맥 등 큰 혈관에 관을 꽂기도 하고, 움직이는 혈관을 꿰매야 한다. 기존 내시경 수술 기구는 2차원 평면 이미지로, 거리나 깊이를 알기 어려워 미세한 조작으로 정확하게 혈관을 꿰매기가 어려웠다.

최근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내시경을 심장 수술에 쓸 수 있게 됐다. 3차원 내시경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술 의사가 3D 안경을 끼고 모니터를 보면 입체 영화처럼 카메라 렌즈 두 개가 수술 부위를 3D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거리와 깊이를 느끼면서, 움직이는 대동맥이나 심장 혈관을 섬세하게 꿰맬 수 있다. 수술 기구가 닿는 감촉, 강도, 압력 등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국내서 3D 내시경 심장 수술을 최초로 도입한 유재석 세종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낡거나 고장난 심장 판막을 성형하거나 교체하는 수술의 약 80%를 3D 내시경으로 한다”며 “사망률이 1% 이하로,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흉골 절개 수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심장 전문 병원인 세종병원은 그동안 3D 내시경 심장 수술을 200여 차례 했다.

환자로서는 가슴 정중앙을 절개하는 전통적 심장 수술과 달리 가슴 측면을 작게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나 통증이 줄어든다. 수술 후 회복도 빠르고,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이나 감염 위험도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