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는 사람들이 늘면서 쾌면을 도와주는 각종 수면 테크가 뜨고 있다. 호흡에 맞춰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수면 로봇 베개가 나오고, 긴장 완화와 숙면을 돕는 머리띠도 등장했다.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해마다 늘어 2016년 49만명에서 2019년 64만명이 됐다. 3년 사이 15만명이 불면의 세계로 들어왔다.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세계인에 비해 짧다. 최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이하여 필립스에서 시행한 영국·일본 등 13국 글로벌 수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은 6.7시간이다. 세계 평균은 6.9시간. 수면 시간과 사망률 관계 연구는 수면 시간이 7~7시간 반일 때 사망률이 가장 낮다. 한국인은 최적 건강을 위해 수면 시간을 최소 30분 이상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야간에 각성 효과를 내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한국인의 51%는 잠자기 전 마지막까지 휴대폰을 보는 것으로 조사된다.
◇쾌면에 도움 되는 식생활
아침에 눈을 뜨고부터 어떻게 먹느냐가 수면의 양과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낮의 행동이 밤을 결정하는 셈이다. 수면에 좋은 식사는 잠을 유도하고 유지케 하는 신경 호르몬 멜라토닌이 잘 생성되도록, 그 원료가 되는 성분을 충분히 먹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트립토판과 마그네슘 함유 음식이다. 이들 성분을 아침과 점심에 먹으면, 체내 흡수되어 세로토닌이 되고, 낮에 햇볕을 받으면,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그 양이 충분히 쌓여서 밤사이 분비되면 자연스레 수면 시간이 늘어나는 원리다. 게다가 마그네슘은 각성 효과를 내는 아드레날린을 비활성화한다. 천연 이완제 역할이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수면 장애가 올 수 있다.
트립토판과 마그네슘, 두 성분이 풍부하게 담긴 식품은 거의 같다. 우유, 저지방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에 많다. 새우, 연어, 참치, 정어리, 대구 등 해산물에도 풍부하다. 계란과 콩, 견과류, 해바라기씨 같은 씨앗류에도 많다. 바나나, 아보카도도 좋은 원료 과일이다. 일본 수면 건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트립토판과 마그네슘 함유 음식을 먹고, 낮에 햇볕을 30분 이상 받고, 잠자기 한 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정도만 해도 평균 수면 시간을 30분~1시간 늘릴 수 있다.
칼슘도 뇌가 멜라토닌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칼슘이 부족하면 한밤중에 깨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슘은 유제품, 정어리, 녹색 완두콩, 브로콜리 등에 많다. 비타민 B6은 트립토판을 멜라토닌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다. 결핍 시 수면 부족과 우울감이 올라간다. 비타민 B6는 해바라기 씨, 참치, 연어, 넙치, 닭고기, 참치, 살코기, 말린 자두, 바나나, 아보카도, 시금치 등에 많다.
◇잠을 설치게 하는 식품과 식사.
취침 전 과식은 금물이다. 몸이 소화에 집중하느라 수면에 방해된다. 밤에 체온이 서서히 내려가는 상태가 되어야 수면 유도가 잘되는데, 과식하면 소화 과정에서 체열이 생성되고, 체온이 상승해 수면 유도가 힘들어진다. 저녁 식사에는 매운 음식을 자제하는 게 좋다. 매운 음식은 잠자며 누워 있는 동안 속쓰림, 소화불량, 위산 역류를 유발할 수 있다. 거북감으로 잠을 설칠 수 있다.
지방 많은 음식은 소화 시간을 길게 늘리기도 하고, 멜라토닌과 같은 수면 조절 호르몬인 오렉신 생성을 방해한다. 저녁 시간에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수박이나 멜론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이나 식품은 이뇨제 역할을 하여 자다가 소변을 보려고 깨게 된다. 화장실 다녀와 다시 잠들기 어렵다면, 자기 전에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커피나 다크 초콜릿 등의 카페인은 각성을 유발해 잠을 방해한다. 알코올은 빨리 잠들게 할 수 있지만 수면을 길게 유지하는 것을 막아서 아주 일찍 깨게 만든다.
이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이 있건 없건, 평일이건 주말이건 아침에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 햇볕을 맞이하는 습관을 들여야 규칙적인 수면 주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충분하지 못한 잠을 만회하려고 아무 때나 쪽잠을 자면 오히려 야간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이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