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학교 폭력,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누군가에게 사과, 사죄하는 일이 많은 시절이다. 게다가 코로나 감염 사태로 가족들이 집에 붙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 티격태격하거나 상냥치 않은 말들이 오가는 상황도 늘었다. 갈등과 다툼이 해결되려면 누군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야 한다. 이래저래 사과 많은 시기다.
사과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만,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에 따라 사과가 사과로 끝난다. 어설픈 사과는 되레 화를 키워 후폭풍을 몰고 온다.
그러기에 사과에도 기술이 있다. 사과 전문가로 국제적으로 저명했던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에런 라자르 박사는 다양한 임상 경험과 수천 건의 사례를 모아 ‘사과에 대해”라는 책을 썼다. 그가 말하는 첫째 덕목은 상대방이 매우 기분 상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다. “이건 내 잘못”이라고 확실히 인정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겠지만서도, “당신이 기분 나빴다면(또는 불쾌했다면), 내가 사과할게”라는 식의 멘트는 여전히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들리기 쉽다. 수동태를 쓰지 말라고도 조언한다. 예를 들어 ‘실수가 이뤄졌습니다’라는 표현은 책임을 회피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두루뭉술 그냥 내가 잘못했다고 하면 상대방은 진정성을 의심한다. 예를 들어 “어제 내가 화낸 거 미안해”라고 말하기보다 “어제 저녁 당신의 말을 말마다 자르고, 소리를 크게 질러 화낸 것은 내가 잘못 했고 미안해”라고 말해야 상대방이 뭘 사과하는지 알고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모호해선 안 되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야 한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그게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이었는지 몰랐다”라고 말하면 되레 부아를 돋울 수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그런 상황을 만든 것에 후회를 표현해야 하고, 보상이 필요하면 현실적인 보상책을 말해야 한다. 끝으로는 재발 방지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덧붙여야 한다. 이 같은 사과의 기술이 진정한 화해를 낳고, 더 나은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사과할 일을 안 만드는 게 가장 좋겠지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