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여아가 성장해 자신이 태어났던 서울대병원에서 34세 나이에 자연 분만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이런 과정을 이 병원 산부인과 구승엽 교수팀이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영문판(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최신호에 소개했다. 23일 구 교수팀에 따르면, 1985년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시험관 쌍둥이 남매 중 5분 먼저 태어난 여아(A씨)가 성인이 돼 2019년 2월 여아를 자연 분만으로 출산했다. A씨는 출생 이후 건강하게 성장했으며, 임신 후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주기적인 산전 검진에서도 정상적인 소견이었다.

국내 최초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여아가 성장해 최근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고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23일 전했다. 사진은 1985년 10월 12일 오전 5시10분 서울대병원 분만실에서 시험관 아기를 공개하는 장윤석 산부인과장. 2021.7.23서울대병원 제공

시험관 수정 아기는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태어났다. 그로부터 7년 후 국내에서 첫 시험관 수정으로 A씨가 태어났다. 당시 장윤석·문신용 산부인과 교수팀이 고도의 난자 배양 작업 및 인공수정을 통해 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이식, 임신과 출산에 이르렀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일본·대만에 이어 네 번째 사례였다.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인 영국의 루이스 브라운도 34살에 자연 임신에 성공해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한 바 있다.

구 교수는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첫 세대 아이들이 성인이 돼 임신 연령이 됐다”며 “이제 시험관 시술은 더 이상 특별하고 복잡한 것이 아니고, 불임 부부에게는 흔한 절차가 됐다”고 학술지에 밝혔다. 구 교수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시험관 수정 아기를 탄생시킨 고(故) 구병삼 고려대의대 산부인과 명예교수의 장남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신생아 11명 중 1명꼴로 시험관 아기 및 인공수정 절차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