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여아가 성장해 자신이 태어났던 서울대병원에서 34세 나이에 자연 분만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이런 과정을 이 병원 산부인과 구승엽 교수팀이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영문판(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최신호에 소개했다. 23일 구 교수팀에 따르면, 1985년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시험관 쌍둥이 남매 중 5분 먼저 태어난 여아(A씨)가 성인이 돼 2019년 2월 여아를 자연 분만으로 출산했다. A씨는 출생 이후 건강하게 성장했으며, 임신 후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주기적인 산전 검진에서도 정상적인 소견이었다.
시험관 수정 아기는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태어났다. 그로부터 7년 후 국내에서 첫 시험관 수정으로 A씨가 태어났다. 당시 장윤석·문신용 산부인과 교수팀이 고도의 난자 배양 작업 및 인공수정을 통해 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이식, 임신과 출산에 이르렀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일본·대만에 이어 네 번째 사례였다.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인 영국의 루이스 브라운도 34살에 자연 임신에 성공해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한 바 있다.
구 교수는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첫 세대 아이들이 성인이 돼 임신 연령이 됐다”며 “이제 시험관 시술은 더 이상 특별하고 복잡한 것이 아니고, 불임 부부에게는 흔한 절차가 됐다”고 학술지에 밝혔다. 구 교수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시험관 수정 아기를 탄생시킨 고(故) 구병삼 고려대의대 산부인과 명예교수의 장남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신생아 11명 중 1명꼴로 시험관 아기 및 인공수정 절차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