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수술받는 환자들은 수술 전부터 장시간 금식으로 힘들어한다. 8시간 이상 밥도, 물도 먹지 말라고 한다. 배고픔과 갈증으로 불안감도 커진다. 이에 요즘 병원들은 금식을 최대한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수술 전 금식은 수술 중 구토로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 폐렴을 일으킬 우려 때문에 환자 안전을 위한 조치로 한다. 대개 수술 전날 자정부터 금식을 시킨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초부터 ‘공복 탈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수술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이 든 음료와 물을 환자에게 마시게 하고 있다. 산부인과, 외과 복강경 수술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수술이 안전하게 이뤄지면서 환자의 불편감이 60% 이상 개선됐다.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은 “금식 시간을 줄이고 탄수화물 음료를 마시면 당대사가 평상시와 비슷하게 유지되어 수술 후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수술 전 불안감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이인규 교수팀은 수술 후 조기 회복을 위해 대장암 수술 전뿐만 아니라 수술 후에도 ‘노(No) 금식’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많은 병원이 대장 수술 전후 소화기가 쉴 수 있도록 장시간 금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인규 교수팀은 수술 전 2시간까지 탄수화물 보충 음료를 마시게 하고,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바로 물을 마실 수 있다. 다음 날부터는 죽을 제공한다.

이 교수는 “이 방식이 장 운동을 촉진하고 방귀가 나오는 시간을 단축시킨다”며 “수술 후 회복과 컨디션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상당수 병원이 복강경, 내시경 수술 등에 금식을 줄이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