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도원

당뇨병과 살찐 환자를 치료하는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요즘 흥분하고 있다. 비만 치료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주사제 위고비(wegovy)를 비만 치료에 사용 승인했다. 미국과 영국, 유수 언론들은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타이틀을 붙이며 반겼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만든 위고비는 당뇨병 치료에 쓰이던 ‘세마글루타이드’라는 약물의 고용량 주사제 버전이다. 일주일 한 번 놓는 주사제다. 혈당 조절에 효과가 있는 약물의 용량을 높여서 비만 치료에 투입한 것이다.

결과가 획기적이다. 위고비 맞은 환자들은 평균 자기 체중의 15%가 빠졌다. 기존 비만 치료제는 5~9% 감소 효과만 냈다. 위고비 투여 세 명 중 한 명 꼴로 자기 체중 20%까지 줄었다. 몸무게 100kg인 사람이 80kg된 것이다. 이 정도면 비만 관련 질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모두 개선되는 수준이다. 수술로 위장 크기를 확 줄이는 비만 수술 효과와 맞먹는다.

비만인을 둘로 나눠, 한 그룹은 위고비 주사와 함께 느슨한 식이요법과 운동, 다른 그룹은 주사와 식이제한과 운동을 세게 했다. 나중에 보니 두 그룹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즉 주사만 잘 맞으면, 식이제한과 운동을 세게 하지 않아도 살이 잘 빠진다는 얘기다.

도대체 어떤 효과를 내기에 이러는 걸까. 위고비의 엄마 격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위·소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GLP-1) 작용제이다. 이 호르몬은 음식이 들어오면 췌장에 알려서 인슐린 분비를 늘리라고 알려준다. 일종의 홍수 경보 체계다. 한꺼번에 음식이 소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힘드니, 위장에게 배출 속도를 줄이라고도 지시한다. 수량을 조절하는 댐 역할이다. 그리고는 뇌에 알려서 포만감을 높이고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위고비 주사는 그런 호르몬 작용 약물 용량을 크게 올려서 살 빼는 효과를 높였다.

지금까지 10여개의 비만 치료제가 등장해서 환호와 실망을 반복했다. 위고비는 이르면 내년 후반기 국내에 도입될 전망이다. 비만 개선에 게임 체인저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인도 임상 시험에 참여해서 나온 결과니, 주사로 살 빠질 ‘희망’의 여지는 크지 싶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