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도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엄지가 손가락 기능의 50%를 차지한다. 치아 28개(사랑니 모두 포함하면 32개) 중 엄지 역할 하는 게 어금니다.

자기 수명을 알고 싶으면 남아 있는 어금니를 보면 된다. 어금니 평균 수명은 60년 정도다. 영구치로 어금니가 5~10세에 갖춰지니, 어금니 내구력은 70세면 끝난다. 몸의 수명과 10~15년 차이가 난다. 즉 어금니가 사라지면 그 정도 더 살다가 죽는다는 얘기다. 노년의 튼튼한 어금니 수가 건강 수명 지표인 셈이다.

어금니를 잃는 가장 흔한 원인은 충치와 풍치(치주 질환)다. 어금니는 이 질환들에 특히 취약하다. 앞니는 모양이 심플하고 밋밋한데, 어금니는 넓적하고 홈이 많아 세균과 치태가 잘 낀다. 음식을 씹을 때 어금니에 실리는 하중이 앞니보다 4~5배 커서 나이 들면 미세 파절이 오기 쉽다. 어금니 쪽 입안은 공간이 좁아서 양치질 때 칫솔 면이 적게 닿는다. 혀를 움직여 청소하기도 어렵다.

이런 환경에 놓여 있기에 작은 충치가 나중에 어금니 전체를 잃게 만든다. 고령에서는 어금니가 박힌 턱뼈도 얇아지고 짧아져 빠지기 쉬워진다. 위아래 어금니 맞물림이 무너지면 이 악물고 살 수도 없다. 말투도 어눌해진다. 자장면과 냉면 면발 구분이 안 된다. 꽉 씹지 못하는 사람은 한 발로 오래 서있기에서 평균 7초 일찍 무너진다. 아무리 임플란트가 발달했다 해도 자기 어금니만한 게 없다고 치과 의사들은 말한다. 어떻게든 어금니를 지켜야 한다.

만약 어금니나 치아가 통째로 빠졌다면, 30분 이내에 치과에 가는 게 좋다. 살짝 끼워 다물고 가거나, 우유에 담가서 가면 된다. 정 급하면 볼 안에 머금고 가라. 치아 활력 유지를 위해 뿌리를 만지지 말고, 비누로 헹구거나 칫솔로 닦지 마라. 휴지나 천으로 감싸지 말아야 한다.

치아를 잃는 것은 삶의 격을 잃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치과 방문을 미룬 이가 많다. 코로나에서 일상의 회복은 치과에 가는 걸로 시작하자. 구강 검진도 받고, 묵은 치태도 벗겨 내시라.